금감원, 업계 자율시정 맡겼지만…
업계 “한번 내렸으면 번복말라”로 해석

말 많고 탈 많던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 상한선이 대형사 123%대, 중소형사 125%대로 굳혀질 분위기다.

29일 대한금융신문이 생명보험사가 판매하는 단기납 종신보험의 7년납, 10년 해지 시점 기준 환급률을 전수 조사했다.

그 결과, 가장 환급률이 높은 상품은 KDB생명의 ‘버팀목프리미엄종신보험’으로 127.1%다. 그 다음은 처브라이프생명의 ‘뉴수종신보험’으로 125.0%다.

뒤이어 △ABL생명 ‘THE드림종신보험’이 124.5% △푸본현대생명 ‘맥스종신보험원픽(간편가입)’이 124.3% △DB생명 ‘백년친구뉴알차고행복한종신보험’이 124.2% △하나생명 ‘하나로더연결된종신보험’이 124.1% △메트라이프생명 ‘백만인을위한종신보험PLUS’와 NH농협생명 ‘더스마트한NH종신보험’이 각각 123.3% 등이다.

빅3를 비롯한 대형사는 123% 미만으로 맞춰졌다. △한화생명 H3종신보험이 122.4% △삼성생명 ‘더행복종신보험’이 122.3% △교보생명 ‘실속간편가입종신보험PLUS’와 신한라이프생명 ‘모아더드림종신보험’이 각각 122.0% 등이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최근 상품 개정을 마친 보험사일수록 환급률이 높았다. 

처브라이프생명의 최종 상품 개정일은 지난달 15일로, 업계 최고 수준인 125%의 환급률로 한 달 이상을 판매해왔다. 지난달 17일 마지막 상품개정을 한 KDB생명 역시 이보다 높은 127.1% 환급률로 맞불을 놨다.

지난달 26일 마지막 상품개정을 한 푸본현대생명 역시 높은 환급률(124.3%)로 절판마케팅 막차에 탑승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에 대해 일률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대신 업계에 자율시정을 맡겼다.

업계는 다음달 상품 개정 이후에도 환급률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미 삼성생명은 보험대리점에 배포한 상품소식지에 3월과 동일한 환급률을 명시하기도 했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관계자는 “표면적으로는 자율시정이지만 대형사는 123%, 나머진 125%가 환급률 상한이라는 게 암묵적 가이드”라며 “(단기납 종신보험의) 환급률을 한 번 낮춘 보험사는 더 올리지 말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금감원의 자제령이 오히려 규제차익을 만들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마지막 상품개정으로 환급률을 미리 높여뒀거나, 타사가 환급률을 낮출 때 조용했던 회사일수록 더 경쟁력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이달 현재 125% 내외로 판매 중인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이 내달 상품개정에서 얼마나 하락할지가 업계의 관전 포인트다.

결과는 내달 15일부터 알 수 있다. 보험사는 상품을 개정하거나 신상품을 출시할 경우 기초서류(상품요약서) 공시를 2주간 유예할 수 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한지한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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