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경영연구소 박지홍 수석연구원

최근 지급결제 시장은 비금융회사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변화 중이다.

그동안 국내 지급결제 시장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 소득공제 혜택 등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 및 결제 편의성 등에 힘입어 신용카드를 중심으로 발전했으나, 모바일 간편결제 서비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지급결제 시장 변화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및 결제 행태의 변화로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특히 간편결제 내 선불충전, 제로페이 등 비(非)카드 직불결제 수단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자금융업자 및 e커머스 업체의 후불결제 도입 등 기존 카드사의 영역이었던 지급결제 시장에서 비금융회사의 영향력이 점차 증대하고 있다.

간편결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비카드 직불결제 이용액도 급격히 늘었다.

간편결제 이용액은 결제 편의성과 e커머스 급성장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며 지난해 기준 약 164조원으로 전년 대비 42% 성장했다. 간편결제 내 카드(신용+체크) 비중은 84%로 여전히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선불충전 방식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카드 비중은 감소세다.

간편결제 업체들은 추가 적립 혜택 제공 등 각종 유인책을 통해 선불 충전을 유도하고, 혜택과 편의성을 원하는 소비자 요구를 충족시키며 급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온라인 쇼핑이 확대되면서 온라인 직불결제 수요가 선불충전 방식으로 이전했으며, 지난해 체크카드 이용액이 역성장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난해 카드 이용액은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소비 위축 등의 영향으로 전년대비 0.3% 증가에 그쳤으며, 신용카드는 0.6% 증가한 반면, 체크카드는 1.0% 감소했다.

전자금융거래법 개편 시 비카드 직불결제 확산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 금융당국은 종합지급결제업, 지급지시전달업, 소액 후불결제, 선불충전 한도 상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자금융거래법 개편을 추진 중에 있다.

신용기반의 결제 부문에서도 비카드 후불결제 서비스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개정안에 포함돼 있던 전자금융업자의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선정해 우선 진행할 방침이다.

지난 4월 네이버페이가 후불결제 서비스를 선보인 것을 시작으로 오는 10월에는 카카오페이가 모바일 후불결제 교통카드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쿠팡은 금융 부문의 후불결제 서비스와는 달리 외상 형태의 후불결제 서비스인 ‘나중결제’서비스를 시범 운영중이다. 나중결제는 직매입 상품에 한해 상법상 상품매매계약 형태로 후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며, 현재 30만원 한도 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아직까지 비카드 후불결제 서비스는 소액이며, 초기 단계 수준이나 서비스 주체들의 플랫폼 지위 고려 시 카드사의 신용 판매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성장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향후 온라인 부문은 플랫폼 지위를 기반으로 빅테크의 시장 지배력이 더 강화될 전망이다.
초기 간편결제 시장에서 금융회사의 간편결제 이용 비중이 과반 이상이었으나, 점차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간편결제 내 금융회사 비중은 2016년 57%에서 2020년 30%로 감소한 반면, 전자금융업자 비중은 2016년 27%에서 2020년 46%로 증가했다.

금융회사(카드사)들은 편의성, 범용성 및 자체 플랫폼 부재 등으로 간편결제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실패하면서 시장 내 영향력이 하락세를 지속하는 모습이다.

특히 네이버, 쿠팡, 카카오 등 3개 대형사가 전체 간편결제 시장 규모의 40%, 전자금융업자 내 88%를 차지하는 등 플랫폼 지배력을 기반으로 시장 잠식 중이다.

앞으로 전자금융업자들은 굳건한 플랫폼 생태계, 결제 편의성과 혜택 등을 바탕으로 온라인 결제 시장 내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프라인 부문의 경우 중앙집중형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가능한 온라인과는 달리 가맹점 모집 등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드사의 영향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되지만, 향후 지급지시전달업 도입 시 카드 결제망 대비 저렴한 수수료 체계 구축이 가능해지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전자금융업자들이 소비자 혜택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선불충전방식을 확산시켰던 것처럼 오프라인 영역도 공격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간편결제 내 선불충전 및 제로페이의 지역사랑상품권 사례를 볼 때 소비자는 일정수준 이상의 혜택 제공 시 결제수단을 변경할 의향이 높다. 다만, 신용기반 결제와 직불 기반 결제는 소비 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오프라인 비카드 직불결제 확산은 체크카드 수요를 감소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이에 카드사는 오프라인 결제영역의 강점을 살려 빅테크와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 필요성이 제기된다.

카드사에 있어 지급결제 시장은 다양한 수수료 및 이자수익 등을 창출할 수 있는 회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중요하며, 향후 카드사는 지급결제 시장 내 주도권을 가지고 안정적인 사업 영위를 위한 역량 강화 노력을 펼쳐야 한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지급결제 부문의 수익성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이나 카드 회원 기반의 부가적인 사업(금융서비스 등)을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온라인 부문은 소위 빅테크들이 플랫폼 지위를 기반으로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개방형 결제 플랫폼을 지향하되 다양한 사업자와의 적극적인 제휴를 통해 틈새시장을 확보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카드사들은 간편결제 시장 확대의 한계로 지적받던 범용성 해소를 위해 카드사 간 오픈페이 도입을 추진하고 개방형 지급결제 플랫폼 구축 등도 진행 중이다.

오프라인 부문은 전자금융업자 대비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최대한 활용해 빅테크와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기존 가맹점망을 활용해 각 가맹점에 데이터 기반 맞춤형 컨설팅 등을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소비자에게는 충분한 혜택 및 결제 편의성 제고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또 향후 도입될 종합지급결제사업자 라이선스 획득을 통한 비카드 결제수단 탑재 등 카드에 국한되지 않는 종합결제서비스 업체로 발돋움할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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