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신용대출 취급 잔액 나홀로 뒷걸음질
비윤리 지적...“잘하는 것에만 집중할 것”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한 중소기업의 기술신용대출 수요 급증에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이하 SC제일은행)은 리스크 확대를 우려하며 몸 사리는 데만 급급한 모습이다.

4일 은행연합회 기술금융 종합상황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은행권(특수은행 제외)에서 혁신·중소기업에 지원한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181조8299억원으로 지난 2019년 5월(114조3775억원)과 비교해 2년 새 58.97% 증가했다.

기술신용대출은 건물·토지 같은 부동산 담보나 신용이 부족한 혁신·중소기업에 경쟁력 있는 기술력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다. 정부의 창조경제 활성화 방안에 따라 은행권에서 지난 2014년 7월부터 공급 중이다.

기술신용대출은 일반 기업신용대출 보다 금리가 낮으면서 대출 한도는 커 기업에게 실질적 금융 편익을 제공한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기업의 운영자금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고, 당국과 은행이 관련 금융지원 확대에 힘을 쏟으면서 기술신용대출 규모 역시 대폭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SC제일은행은 기술신용대출을 공급하는 12개 시중·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잔액과 건수가 급감하며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SC제일은행의 지난 5월말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262억원으로 지난 2019년 동월(1567억원) 보다 무려 83.28% 줄었다. 같은 기간 대출 건수도 130건에서 37건으로 반의반 토막이 났다.

이는 같은 외국계 은행인 한국씨티은행은 물론, 자본 규모가 훨씬 적은 지방 은행이 기술신용대출 잔액을 점차 늘리고 있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씨티은행은 근 2년 새 기술신용대출 취급 규모를 80%(1378억원) 넘게 늘렸고, 같은 기간 경남·광주·대구·부산·전북·제주 등 6개 지방은행도 평균 36% 가량 확대했다.

SC제일은행이 기술금융에 뒷걸음치는 건 일반 기업대출보다 담보력이 취약한 기술신용대출에  부실, 연체 등 리스크 부담이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술신용대출은 형태가 없는 기술 경쟁력을 담보로 잡다 보니 다른 대출에 비해 건전성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시간이 거듭될수록 은행의 기술평가 노하우가 향상하면서 대출 규모 역시 자연스레 늘고 있다”며 “취급액이 퇴보한다는 건 결국 리스크 감당이 안 돼 손을 놔버렸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기술금융에 소극적인 SC제일은행을 두고 금융권 일각에선 수익성과 리스크관리를 위한 ‘선택과 집중’의 결과물로 코로나19 수렁에 빠진 중소기업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에 대해 SC제일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을 위해 기술금융뿐만 아니라 전 세계 59개 시장에 걸쳐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기업의 해외진출 도움 등 한국에서 당행이 잘할 수 있는 부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SC제일은행의 지난 1분기 말 기술신용대출을 포함한 총 중소기업 대출 누적 잔액은 3조6803억원으로, 지난 2019년 1분기말 3조6827억원에서 제자리걸음 했다. 같은 기간 전(全)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누적 잔액은 70조8620억원에서 85조9474억원으로 21.28%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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