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양조장에 어머니의 글씨, 그리고 아들이 술 빚는 곳
91년 된 양조장 건물, 감성 찾는 젊은 여행객 눈길 사로잡아

강화도 마니산 인근에 있는 건립된 지 91년된 양조장이 있다. ‘금풍양조장’. 아버지(양재형, 우측)가 운영하던 양조장에 어머니가 쓴 간판을 걸고 아들(양태석)이 새로운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입국으로 빚는 흔한 막걸리가 아니라 쌀과 누룩과 물만으로 빚는 가양주 방식으로 새로운 술을 찾아 만들고 있는 곳이다.
강화도 마니산 인근에 있는 건립된 지 91년된 양조장이 있다. ‘금풍양조장’. 아버지(양재형, 우측)가 운영하던 양조장에 어머니가 쓴 간판을 걸고 아들(양태석)이 새로운 막걸리를 빚는 곳이다. 입국으로 빚는 흔한 막걸리가 아니라 쌀과 누룩과 물만으로 빚는 가양주 방식으로 새로운 술을 찾아 만들고 있는 곳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조장에 어머니가 쓴 간판을 걸고 아들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양조장 건물은 공식적으로 91년(건축물대장 기준), 이 양조장을 인수해 술을 빚어 온 지는 햇수로 52년 됐다고 한다. 강화도 마니산 자락에 있는 금풍양조장 이야기다.

새롭게 술빚기를 익혀 양조업계에 뛰어드는 술도가는 늘고 있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양조장들은 역사의 뒤안길로 수없이 사라져만 가는 시대다.

특히 21세기 들어 급격하게 이뤄지는 농업의 재구조화 과정은 농촌 지역 양조장의 위기를 불러왔다.

농업인구의 감소와 그에 따른 기계화 영농, 게다가 농업노동자의 해외 유입까지, 막걸리 업계의 전통적인 소비층은 빠르게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새로운 소비자층을 찾아 나선 양조장은 가양주 방식으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기존 방식을 고수한 곳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대도시 막걸리는 두터운 소비자층이 있어 견뎌낼 수 있었지만 농촌 지역은 그럴 만한 내수가 없으니 자연스레 사멸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이런 시장 분위기를 읽어낸 금풍양조장의 3대째 양태석 대표(46)는 아버지와 다른 술빚기를 준비한다.

아버지 양재형 대표(80)는 29살 때부터 50년 이상 밀가루와 쌀, 그리고 입국으로 막걸리를 빚어왔다면, IT업계에서 마케팅 업무를 하다 3년 전 양조인의 길을 걷기 시작한 3대째인 양태석 대표는 가양주 방식으로 술을 만들고 있다.

근 10년 정도 다른 사람에게 임대로 줬던 양조장을 아들이 되살리겠다고 나설 때 2대째인 양재형 대표가 간곡하게 부탁한 양조관 때문이다.

강화도와 김포의 주요 도로에는 오래전부터 길거리에서 판매하던 막걸리들이 있었다. 강화도의 명물 중 하나인 인삼을 넣은 막걸리들이다.

길에서 판다고 하여 일명 ‘길거리 막걸리’라 불린다. 아버지의 부탁은 기왕에 만드는 막걸리라면 강화 쌀로 제대로 빚어, 대접받을 수 있는 막걸리를 원했던 것이다.

강화도 금풍양조장은 지난 2018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올 6월경 알코올 도수 6.9도의 ‘금풍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한 종을 생산하지만 조만간 9.6도와 12도의 막걸리도 ‘금학탁주’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따뜻하게 마시는 막걸리와 파우치 막걸리 등도 계획하고 있다.
강화도 금풍양조장은 지난 2018년 부활 프로젝트를 통해 올 6월경 알코올 도수 6.9도의 ‘금풍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현재는 한 종을 생산하지만 조만간 9.6도와 12도의 막걸리도 ‘금학탁주’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낼 계획이다. 이와 함께 따뜻하게 마시는 막걸리와 파우치 막걸리 등도 계획하고 있다.

세상이 바뀌어 더 이상 배고파서 막걸리를 마시거나 고된 노동의 시름을 잊기 위해 이 술을 찾는 시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오히려 예전에 없던 새로운 소비자들이 등장했으니, 그들을 양조장의 주고객으로 잡을 수 있는 술을 만들라고 주문한다.

그런 변화가 2대째 양재형 대표의 눈에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대 젊은 여성들이 양조장에 들어와서 견학하겠다고 하는데, 이건 예전엔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었다”는 아버지 양 대표.

그의 기억에는 모내기 등의 농사철과 명절, 그리고 4월 초파일 등 특정한 기간에만 문전성시를 이루던 그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시사철 갑작스럽게 양조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91년 된 레트로한 양조장은 그 자체로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시대다. 따라서 관광객이 몰리는 농촌 지역의 양조장에선 이들이 새로운 잠재고객이 되는 셈이다.

그래서 3대째인 양태석 대표는 아버지와 다른 술빚기에 나선다. 지난해가 아버지의 팔순이자 양조장이 만들어진 90주년되는 해였다.

그래서 양 대표는 마케팅 일을 접고 지난 2018년 말부터 양조장 부흥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우선 가양주연구소 등을 다니면서 양조기술을 새롭게 익히고, 양조장 내부도 최대한 신세대 관점에 맞춰 새롭게 리모델링했다.

또한 인스타그램 등의 젊은 고객들이 좋아하는 매체에 자신의 막걸리를 홍보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된 마케팅 작업으로 알음알음 찾아오는 도시의 젊은 여성 고객들이 늘면서 올 초부터 서울권에도 소개되기 시작한다.

금풍양조장에서 현재 생산하는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6.9도의 ‘금풍막걸리’다.

틈새시장을 위해 색다른 막걸리를 기획했다가, 오래 사랑받을 수 있는 순곡주를 선택한 양태석 대표는 이양주 방식으로 15일가량 발효 숙성 시킨 현재의 술을 이 양조장의 기준점으로 잡았다.

6.9도를 선택한 것은 양조장을 인수한 1969년을 상징한 것이다. 앞으로 나올 술은 금풍양조장의 원주를 활용해서 알코올 도수를 높인 9.6도와 12도의 술을 예전에 사용하던 ‘금학탁주’라는 브랜드로 기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밀로 만든 약주와 1.2리터 파우치 막걸리, 그리고 따뜻하게 마시는 먹걸리와 인삼막걸리 등을 순차적으로 낼 계획이란다.

금풍양조장의 시도가 관광지에 있는 농촌 양조장의 새로운 모델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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