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년도손해율 150% 넘는데도
손보사들, 유병자로 대상 확대

손해보험사에 광범위하게 퍼진 일명 ‘부정맥 보험’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당장 보험금을 타낼 목적으로 가입하는 유병자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보험사의 매출지향적인 상품개발이 보험사기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특정 허혈성심장질환 담보의 초년도손해율(UY1)이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음에도 보험사들은 가입대상을 유병자로 확대하는 추세다.

특정 허혈성심장질환 담보는 기존 허혈성심장질환 담보가 보장하던 중증 심장질환에서 발작성 빈맥, 심방세동 및 조동, 기타 심장부정맥, 심부전 등의 경증 심장질환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상품이다. 본지 취재결과 이 담보의 초년도손해율(UY1)은 150%를 웃돌 정도(관련 기사 8월 31일자 ‘1년만에 손실덩어리 된 ‘부정맥 보험’…역선택 표적될까’)로 손실이 심각한 상황이다.

초년도손해율 150%라는 건 출시 1년 만에 보험료 100원을 받아 150원의 보험금을 지급했을 정도로 보험금 지급이 가입초기부터 몰렸다는 의미다. 이 담보의 감액기간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감액기간이란 가입 후 1년 내 보험금 지급사유 발생 시 50%의 보험금만 지급한다는 의미다. 가입자의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소용없던 셈이다.


부정맥도 3개월만 지나면 OK


특정 허혈성심장질환 담보는 지난해 4월 현대해상이 가장 먼저 출시한 뒤 올해 4월 KB손해보험과 한화손해보험이 관련 상품을 내놨다. 지난달부터는 DB손해보험과 흥국화재가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해상을 제외하면 모두 간편고지 보험을 중심으로 이 담보를 판매 중이다. 간편고지란 3가지 질문만 통과하면 유병자도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이다. 

대부분 특정 허혈성심장질환이 포함된 간편고지 보험은 ‘3.3.5’ 고지의무를 적용하고 있다. △3개월 내 의사의 입원, 수술, 추가검사 필요소견 △3년 내 질병·상해사고로 인한 입원·수술 △5년 내 암·백혈병·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증·간경화·심장판막증 등으로 의사의 진찰·검사·수술 등의 질문을 통과해야 한다.

보험업계는 가입자가 고지해야 하는 질병 항목이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등 중증질환에 한정돼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부정맥 등 고령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증 심장질환에 대해서는 3개월 내 의사소견만 없다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해상의 초년도손해율이 높았던 건 기타 부정맥, 심부전 등 고령일수록 빈번하게 발생하는 심장질환에서 보험금 지급이 초기에 과다하게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유병자로 가입대상을 넓힐 경우 가입자의 역선택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사 상품개발 관계자는 “고지의무는 입구 단계에서 가입자의 역선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며 “경증 심장질환을 유병자 대상으로 판매하면 (보험금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자각을 갖고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원덩어리 상품 우려도 


더 큰 우려는 인수심사(언더라이팅) 과정에서 통과된 경증 심장질환 환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다.

간편심사 보험의 고지의무에 해당하는 질병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상(KCD) 특정 질병코드로 분류한다. 협심증, 심근경색, 심장판막증 등에만 해당하지 않으면 심사 과정에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반면 보험금 지급심사에서는 더 광범위한 질병에 대해 따져본다는 것이 보험사 보상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고지 대상이 되는 질병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존에 기왕력이 있었는지를 판단하기 위해 고지의무를 보다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현재 판매되는 허혈성심장질환 담보도 의학기술 발전에 따라 기존에 발견하지 못했던 질병이 생겨나며 기왕력에 대한 분쟁의 소지가 늘어나고 있다”라며 “계약인수나 보험금 지급심사는 보험사 고유의 권한이라 명확한 기준이 숨겨져 있다. 일단 유병자가 가입이 됐더라도 보험금 지급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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