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 김기용 보험사기조사2팀장 인터뷰

보험사기가 기승이다. 날로 조직화·지능화 되면서 보험사기 관련 통계들도 매년 역대 최고치를 갱신하고 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보험사기 적발액은 약 2조5800억원이다.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09억원, 작년 8986억원으로 증가세가 가파르다. 올해에는 1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손해보험협회 김기용 보험사기조사2팀장<사진>을 만나 보험사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팀장은 경찰 경력 15년의 수사 베테랑이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험사기를 막고자 협회에서 스카우트한 김 팀장은 숙련된 수사노하우를 바탕으로 보험사의 보험사기특별조사팀(SIU)과 보험사기를 적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수사권이 없는 협회나 보험사로선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 팀장은 "협회나 보험사는 보험사기로 의심되는 건을 발견해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단계를 거친다"면서 "아무래도 수사 경험이 있다면 수사기관의 업무 과정을 잘 알기 때문에 보험사기 조사업무가 수월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저마다 SIU를 운영하고 있지만, 개별 보험사가 조직적인 보험사기에 모두 대응하기엔 한계가 있다. 협회 사기조사팀은 보험사와 경찰, 건보공단,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과의 가교 역할을 맡는다. 보험사들과 공동조사에 나서거나 법률 지원이나 제도 개선방안 마련, 보험사기 방지 대국민 홍보 기획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지난 2015년 손해보험협회에 합류한 김 팀장은 수사 의뢰 단계부터 보험사기 전문 변호사를 선임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험사기 범죄자들이 사법처리 단계에서 변호사를 선임해 구속을 면하거나 처벌 형량을 낮추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김 팀장은 "과거엔 수사 의뢰를 해도 보험사기범들이 대형 로펌을 선임해서 무력화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사기범죄다 보니 혐의를 입증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검찰 기소부터 재판까지 법률적인 도움을 받아 유죄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전문 변호사들을 선임했다"고 말했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백내장 수술 관련 보험사기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김 팀장은 "백내장 수술 건수 증가율이 매우 높고 지급되는 보험금 역시 꾸준히 증가해 이와 관련한 각종 보험사기가 많다고 보고 있다"며 "최근엔 브로커조직이 병원과 공모해 조직적으로 환자를 모집, 알선하고 허위의 진료기록으로 보험금을 편취한 사실을 적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도 급속도로 불어났다. 올해 상반기 10개 손해보험사의 백내장 관련 보험금은 작년 동기 대비 58.2% 급증한 4813억원을 기록했다. 백내장 수술은 주요 수술 가운데 건수 1위로 건강보험 및 실손보험 재정에 커다란 부담을 주는 실정이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 심각성을 강조했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에 의한 손실은 결국 전체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연결돼 보험가입자 모두가 손실을 입게 된다"며 "이로 인해 보험상품이 없어지거나, 구조가 변경되어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아야 할 가입자가 상품을 가입하지 못하는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조직화·지능화되는 보험사기에 전문성을 높여 대응하고 있다. 김 팀장은 "보험사기조사팀은 전직 경찰, 간호사, 손해사정사 등 경력직 비율이 높은 편이다"고 설명했다. 과거 범죄 현장을 누비던 경찰부터 보험관련 지식이 해박한 손해사정사, 의료 관련 지식이 풍부한 간호사 등 특수경력을 가진 이들이 모인 것이다.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