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빚투·한탕주의·연체늪…2030세대 현주소
‘알 필요 있나’ OECD 평균 못한 금융이해도
금융환경 급변…“개념보다 실전 능력 키워야”

2022년 4월 20일 17:1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학생 금융 피해 사례

 

■ (고금리 대출로 신용불량자 전락) 대학생 A씨는 생활비 등이 모자라 쉽게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를 이용하였으나, 고금리로 인해 이자가 빠른 속도로 불어나자 감당을 하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

 

■ (정부지원금을 미끼로 한 사기) 대학생 B씨는 정부 투자회사를 사칭한 회사에서 학자금 대출이 있으면 취업 및 매달 정부지원금을 100만원씩 지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출 후 회사에 입금. 하지만 회사는 대출을 바로 상환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도주.

 

우리나라 청년층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자산·소득이 낮아 부채부담이 큰 편이다. 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상대적으로 더욱 심각한 고용 위기를 겪고 있으며 많은 청년이 주거비, 교육비, 생활비 부담에 따른 불안 심리가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로 이어지는 등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는 형국이다.

실제로 청년층의 부채 증가 속도는 다른 연령층에 비해 빠른 추세다. 최근 5년(2017~2021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평균 부채 보유액은 지난 2017년 2393만원에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1년에는 355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대의 경우 금융부채 규모 자체는 다른 연령층보다 낮은 수준이나, 그 증가속도가 매우 빠르고 전체 연령층 평균보다 저축액과 전월세보증금 등 담보 자산을 적게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지난 2020년 증권·가상화폐 시장 활황을 계기로 빚을 내면서까지 위험자산 투자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대거 늘어났다는 거다.

지난해 상반기 증권사의 2030세대 신용거래융자 신규대출액은 38조7453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대출액 57조639억원의 67%를 넘겼다.

보유자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청년층이 코로나19 국면을 자산증식의 기회로 여기는 분위기가 짙어졌고 비대면 계좌개설, 모바일 거래, 위탁매매 수수료 인하 등 주식거래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제고된 환경도 이를 뒷받침했다.

갈수록 불어나는 빚더미에 청년층의 신용위험 역시 커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빚 상환 압박이 증대됐다.

한국은행이 발간한 ‘금융안정상황보고서’를 보면 청년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지난해 1분기말 5.0%에서 4분기말 5.8%로 상승했다. 취약차주란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차입)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말한다.

다른 연령층 취약차주 연체율은 같은 기간 6.2%에서 5.5%로 줄어든 것과 비교해 부실 위험이 청년층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KIF) 선임연구위원은 “청년들은 소위 영끌, 빚투로 대표되는 차입기반 부동산 투자 등이 자산시장의 붐 앤 버스트(과열·파열) 사이클에 편승할 경우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되거나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실전 교육 중요한데…강좌개설 지지부진


청년들의 건강한 금융 생활을 꾸려나가기 위해선 금융상품에 대한 이해와 부채·신용관리, 연금, 보험, 금융소비자보호제도 등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지식을 갖추고 있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신용카드 사용. 학자금대출 등 실질적인 금융거래를 시작하는 반면, 실제 생활에 필요한 체계적인 금융교육을 받을 기회는 많지 않다. 대출 등 금융 관련 정보를 주위 사람이나 인터넷, TV광고 등을 통해 한정된 정보만을 습득하는 게 현실이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2020년 우리나라 성인(만 18세~79세) 2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조사응답자 중 금융·경제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청년층은 33.7%에 불과하다.

특히 우리나라 청년층의 금융태도(현재보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의식구조) 점수는 34.4점으로 OECD 평균(47.3점)을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금융‧경제교육 수강 경험자의 금융이해력이 무경험자보다 상대적으로 높고, 금융 지식 및 금융 행위 부문에서도 양호한 결과를 보였다. 이에 청년층의 취약한 금융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선 조기 금융·경제 교육 강화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은 청년들의 올바른 금융습관 형성과 사회진출 이전에 실용금융 지식 함양을 위해 지난 2016년 ‘대학 실용금융’ 강좌 지원프로그램을 도입, 6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계속 운영하고 있으나 활성화되지 못한 채 여전히 정체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1회성 교육에 그치지 않는 실용금융 강좌가 많이 개설될 수 있도록 신청 대학에 직접 개발한 교재와 강사를 지원하고 있다. 또 원내 인재개발원에 ‘대학금융교육 교수요원 연수과정’을 개설해 업무 경험이 풍부한 부국장급 이상의 직원을 선발해 전문 강사 요원 육성에도 힘쓰는 중이다.

금감원은 프로그램 도입 당시 1년 내 100개 대학, 5년 내 300개 대학에 강좌개설을 목표로 삼았지만, 지난해(2학기 기준) 대학 실용금융 강좌를 개설한 대학은 89곳에 그친다.

한국금융교육원 관계자는 “금융교육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금융사들도 사회공헌 차원에서 민간 기관과 협력해 금융교육 지원을 늘리고 있으나, 이들의 교육 태도는 일반적인 실용지식 보단 미래 소비자로서 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영리 목적을 가진 주체가 금융교육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금융교육을 수강하려는 학생들의 수요가 꾸준하려면 비교과(무학점) 강좌로 단순히 교재 지급에 그치지 않고 출석 의무가 있는 교양, 전공과목으로 개설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 관계자는 “하지만 16주 강의에 출결 관리, 행정업무까지 전문 강사 일정을 금감원 직원이 감당하려면 업무가 배로 늘지만 받을 수 있는 월급 외 수당엔 한계가 있고, 개인적 커리어 관리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 금융교육에 나서려는 직원이 적은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교육방식 내실화한다지만…현장선 ‘글쎄’


금감원은 소비자들의 금융역량 강화를 위해 금융교육 전달방식을 다양화해 프로그램 내실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고교학점제 등이 도입되는 올해 개정교육과정(올 하반기 고시, 2025년부터 적용 예정)에서 미국, 영국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관련 교과에 실생활과 연계해 금융역량을 높이는 데도 힘쓸 예정이다.

현행 초·중등 교과목에서 금융 부분은 사회, 기술가정 등에 포함돼 비중이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금감원은 ‘금융과 경제생활’ 과목 내에 교육콘텐츠(과목구성, 교수·학습 자료 등)를 대폭 보강해 장래 금융권 진로를 희망하는 학생의 심화학습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금융 과목을 선택하지 않는 일반 학생을 위해선 공통과목인 ‘통합사회’ 과목의 금융 관련 내용을 더욱 알차게 구성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내년 말부터는 금융교육 정책 수립에 민간전문가 등의 참여를 보다 활성화하고, 지역별 금융교육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등 금융교육 추진체계를 내실화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영끌, 빚투 등에 의한 투자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까지도 심화되는 측면이 있다. 금융교육을 통해 소비자의 자산형성과 노후대비를 지원하는 것이 긴요한 시점”이라며 “교육부와 기재부, 각종 금융협회 등 가계부처 및 유관기관과 함께 올해 마련한 금융교육 강화방안 세부 과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현장의 반응은 다소 냉소적이다. 청년들의 실용금융 역량을 키우기 위해선 실전 대응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한데, 현재 방향은 실질적인 금융생활 보단 이론에 대한 개념 정립에 치우쳐져 있다는 것.

대학교에서 금융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한 강사는 “상경계열이나 금융권 취업 준비생을 제외하고는 막연히 금융이 어렵다고 생각해 멀리하려는 학생들이 있다. 그러다보니 대출금이나 카드대금을 갚지 못해 채무불이행자가 되거나 금융범죄 타깃이 돼 큰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금융과 IT가 결합한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고, 기존의 금융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새로운 투자 대상이나 기법이 주목을 받는 등 금융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한다”라며 “급변하는 금융 시대에 현명한 금융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금융상품 원리 등의 이론적 접근 보단 실용적이고 시의성 있는 금융지식과 정보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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