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이성렬 수석연구원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사진=삼성화재)
이성렬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사진=삼성화재)

지난 2019년 전체 교통법규 위반 단속 건수 1649만건 중 85.6%가 무인단속으로 적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무인 단속장비를 활용한 교통법규 위반 단속이 일반화되고 있지만,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실정이다.

유형별로는 속도위반이 87.9%, 신호위반이 11.7% 순으로 적발 건수가 많았다. 특히 제한속도에서 시속 20km를 초과해 과속으로 단속된 비율은 12.7%로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교통법규 위반 단속 체계가 유인이냐 무인이냐에 따라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동일법규 위반이더라도 교통경찰관에 의해 유인 단속되는 경우 운전자에 △범칙금 통고 △운전면허 벌점 부과 △면허정지나 취소 처분 등이 가능한 반면, 무인 단속되는 경우는 운전자를 특정할 수 없어 차량 소유주에 대한 과태료만 부과된다. 동일한 법규 위반에 대한 처벌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

예컨대 한 운전자가 제한속도 시속 40km를 초과한 위험운전으로 속도위반에 2회 단속되면, 유인단속에서는 18만원(9만원씩 2회)의 범칙금과 벌점 60점(30점씩 2회)으로 면허정지 처분을 받는다.

하지만 무인단속의 경우엔 20만원(10만원씩 2회)의 과태료만 납부하면 추가적인 제제 없이 즉시 도로상에서 운전을 할 수 있다. 이는 사고 위험성이 높은 교통법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운전자의 운전을 제한하고자 도입된 벌점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실제로 법규위반 횟수 별 사고율을 분석해보면, 위반 횟수 증가와 비례해 사고율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 1회 미만의 법규 위반자의 사고율은 11%인데 반해, 연 3회 이상 과태료 처분자는 약 2배(21.5%) 높은 사고율을 보였다.

결국 단속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처분이 법규 위반 다발자에 대한 관리를 누락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선 법규위반 횟수가 많은 차량 관리자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대표적인 12대 중과실 위반사항과 무인단속 적발 항목에 대한 운전자 입증 책임을 차량 소유자에 부여할 필요가 있다.

또 법규위반 누적 횟수 증가에 따라 벌점에 상응하는 과태료를 부과해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방향으로의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정해진 규칙을 위반한 운전자에게 합리적인 처벌과 책임을 부과하는 것이 안전한 공정질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는 길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