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일 삼성화재 RM기획파트 파트장 인터뷰

황선일 삼성화재 RM기획파트 파트장.
황선일 삼성화재 RM기획파트 파트장.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이 위협받고 있다. 시장금리가 급등하면서 국내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여력능력에 경고등이 켜진 것. 금리 상승은 보험사에 장기적으로 운용자산이익률을 높일 수 있어 호재지만 현행 RBC제도에선 보험사들이 보유한 채권의 평가익을 낮춰 자본이 감소한다.

금리 급등에도 재무건전성 압박에서 여유로운 보험사가 있다. 바로 삼성화재다. 대다수 보험사들이 자본성증권을 발행하거나 채권 재분류에 나설 때 삼성화재는 별다른 조치 없이도 업계 최고 수준의 지급여력(RBC)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황선일 삼성화재 RM기획파트 파트장을 만나 삼성화재의 리스크 관리 비결을 들어봤다.

황선일 파트장은 "삼성화재는 지난 2012년부터 신 지급여력제도(K-ICS)와 유사한 유럽의 솔벤시Ⅱ(SolvencyⅡ) 수준의 내부지급여력 모형을 도입해 시가 기준으로 바뀌는 회계기준에 대비해왔다"며 "또 철저한 자산·부채종합관리(ALM), 수익성 중심의 보장성상품 판매 전략이 최상위 수준의 RBC비율을 유지한 비결"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는 선제적으로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과 킥스 도입을 대비해 온 보험사다. 킥스에서는 현행 RBC 보다 위험도를 측정하는 방법이 정교해지는데, 10년 전부터 실질적인 위험액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내부모형을 만들어 금리리스크를 관리해 왔다.

금리리스크란 금리변동으로 회사의 순자산가치가 감소할 위험을 의미한다. 현행 RBC제도에서는 금리민감도(듀레이션)을 이용해 금리리스크를 측정하는데, 삼성화재는 내부 부채의 시가평가를 기반으로 한 운용전략을 짜고 장기보험 이율을 조정하는 식으로 금리민감도를 낮춰왔다.

삼성화재가 집중하는 건 오는 2023년 도입될 킥스다. 황 파트장은 "RBC비율은 자산은 시가, 부채는 원가로 평가하고 내년 도입되는 킥스에선 자산·부채 모두 시가로 평가하게 된다"며 "지난 2012년부터 킥스와 유사한 내부모형 중심의 재무건전성 관리를 실시했기 때문에 도입시에도 안정적으로 비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강조했다.

삼성화재의 RBC비율은 지난 3월 말 기준 271.3%다. 유가증권 내 매도가능증권 비중이 90%가 넘는 탓에 전 분기와 비교해 34.1%포인트 하락했지만 여전히 업계 최상위 수준이다. RBC비율은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한 번에 지급해 줄 수 있는 여력을 나타낸다. 보험업법상 마지노선은 100%다.

황 파트장은 "자산운용 유연성 확보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매도가능증권 비율이 높은 편이나, 국고채 10년물이 4%가 넘는 수준에서도 200% 수준의 RBC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금리가 추가 상승하는 경우 필요시 채권 재분류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황 파트장은 "최근 채권 금리가 당사 부담이율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해 장기채권 중심의 투자를 통해 안정적 자산운용 기반 확충의 기회로 활용할 계획이다"며 "다만 자산가격 하락 리스크에 대비해 손실흡수능력도 지속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1분기 삼성화재는 자산-부채 듀레이션 매칭률이 100%를 넘어섰다. 금리 상승 여파다. 통상 매칭률이 100%에 가까울수록 건전한 것으로 보는데 보험사의 금리연동형 부채는 금리가 오르면 최저보증이율 영향이 줄어 듀레이션이 축소된다. 반대로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듀레이션은 확대된다.

황 파트장은 "지난해 장기보험의 듀레이션 매칭률은 100% 수준이였지만, 올해 금리 상승으로 오버매칭이 발생했다"며 "매칭률 100% 상황에서는 금리하락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오버매칭을 허용해 관리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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