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최근 사회경제 전반으로 암호화폐가 주목받고 있다.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교환 수단으로 개인 간(P2P) 거래를 통한 자유 시장의 수요를 기반으로 화폐가 통용된다. 암호화폐는 위조를 방지하고 안정적인 교환을 검증하기 위해 블록체인과 같은 암호 기술을 사용한 탈중앙의 전환형 디지털 화폐 또는 교환 매체로 정의한다. 

이러한 암호화폐가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시대에 따라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부의 역할은 달라진다. 최근 우리 사회는 점점 이분화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증폭되면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만약 정부의 개입이 없어도 사회가 자율적으로 활성화되고 운영된다면 자율시장에 맡기면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앞장서야 할 것이다. 

자본주의는 생산수단을 자본으로 소유한 자본가가 이윤 획득을 위해 생산 활동하도록 보장하는 사회 경제체제다. 기업들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키기 위해 이윤과 연계된 활동을 하고 동시에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경제를 발전시킨다면 정부는 지속적으로 자본주의를 추구하고자 할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사회가 불평등하게 흘러가고 경제 가치의 분배가 투명하지 않게 됨으로써 국가발전을 저해한다면 정부는 자본주의에 대한 한계점을 여실히 느끼게 될 것이다. 

슘페터는(1883-1951) 자본주의를 연구해온 오스트리아의 경제학자로 ‘혁신’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면서 경제 발전에 관한 원리를 이야기했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1919년에는 오스트리아에서 재무장관을 지냈으며, 1921년에는 빈의 민간 은행인 비더만 은행 총재를 역임했다. 그는 혁신이 자본주의를 이끄는 힘으로 기업들의 기업가 정신을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현재의 시점에서 우리는 슘페터의 경제이론들을 다시 한 번 조명해 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이 시장에 적용됐을 때 기존의 기술들이 사라지는 ‘창조적 파괴’는 기술의 출현으로 인해 변화되는 경제 상황을 설명해주는 개념으로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가져오는 가장 큰 요인으로 꼽고 있다.
  
암호화폐, 많은 사람이 관심…투자와 거래수단으로 사용

현재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암호화폐는 정부 규제로부터 벗어나 투명한 거래와 사용자 스스로가 가치를 측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는 하나의 가치저장 수단으로 인정받아 투자뿐만 아니라 새로운 거래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암호화폐가 현재의 금융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이 공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가 새로운 경제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현상은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회가 복잡화되고 방대한 정보가 무분별하게 공개됨으로써 신뢰와 정확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사회 시스템을 필요로 하는 단편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또한 소수에게만 부가 집중된 상황에서 전통적인 자산이 아닌 디지털 자산에 가치를 넣어 부를 재편성하기 위한 시도로도 볼 수 있다. 

정부의 거대해진 시스템이 더 이상 공정하게 작용하고 있지 못하다는 사람들의 공감대가 정부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금융세계를 구축하게 된 것이다. 이는 정부의 재정정책이 부(富)의 불평등을 심화하면서 자본주의도 사회주의도 아닌 새로운 체제로 가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금융위원회도 최근 은행권이 가상자산을 새로운 사업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원칙을 완화하였다. 금산분리 원칙은 지난 1995년에 도입된 제도로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을 의미한다. 

현재 은행은 은행업, 금융투자업, 여신금융업 등 은행업 감독규정에 적힌 15개의 업종만 하도록 제한돼 있다. 그러나 규제를 완화하면서 은행권들은 앞으로 가상자산, ICT, 메타버스 등 신산업으로 업무 범위가 확대될 전망이다. 

균형적인 재분배…‘파레토 법칙’ 깨질까?

그러나 이미 부의 불균형이 이뤄진 상황에서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됐다고 해서 균형적인 재분배가 이뤄질까? 파레토 법칙을 깨지는 일이 발생할 수 있을까? 파토레 법칙이란 로잔학파에 속하는 이탈리아의 경제학자 파레토에 의해 발표된 소득분포의 불평등도에 관한 법칙을 말한다.

한 전문가는 최근 수십조 원의 가치를 보유하고 있던 ‘테라·루나 코인’의 가치가 한 순간에 사라지는 현상을 막기 위해 ‘차익거래 활성화’, ‘정보 비대칭 문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는 디지털 자산 역시도 현재의 상태에서는 의도를 가지고 조작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슘페터는 낡은 것을 파괴하고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 자본주의의 핵심이며 본질이라고 했다. 쉽게 변하기 힘든 사회구조로 인해 외력에 의한 체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에서 현재의 암호화폐는 굳건하게 유지되던 금융시장에 파장을 일으킨 창조적 파괴다. 

그러나 모든 가치가 사람들의 욕망에 의해 정해지듯이 디지털 자산의 미래는 사람들이 가상화폐나 NFT 그림 등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심리에 달려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스테이블 코인들의 변동성과 테라·루나 코인 사태는 사람들에게 디지털 자산의 가치를 다시 살펴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에 자본주의 사회로부터 사회주의 형태의 사회가 필연적으로 생겨날 것이라고 예측한 슘페터의 말처럼 가상자산이 과연 현재의 문제들을 수렴해 안착해 나갈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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