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1일 18:58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불법사금융이 판을 치고 있다. 아연하게도 선의에서 비롯된 결과다.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시행한 정책이 되려 서민들을 불법사금융권으로 내몰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상담건수는 14만3907건으로 전년 대비 12%(1만5369건) 증가했다.

역대 최대치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는 '메신저피싱'과 고금리·불법추심 등 불법대부 피해에 대한 신고가 급증한 탓이다.

불법사금융이 기승을 부리는 건 법정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취약차주들이 금융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기 때문이다. 벼랑 끝으로 내몰린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의 주 먹잇감이 되고 있다.

지난해 7월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인하됐다. 취지는 고리대를 이용하느라 부담이 가중되는 서민들을 돕기 위함이다.

결과는 엇나갔다. 최고금리 인하로 대부업체들이 대손비용 등 리스크가 큰 취약차주를 기피하게 된 것이다.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던 차주 상당수가 금리인하 덕을 보지 못한 채 금융권 밖으로 쫓겨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대부업체 내 담보대출 비중(52%)이 신용대출 비중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부업권이 본 역할과 다르게 대출 문턱을 높인 것이다.

아울러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함에 따라 대부업계 문턱은 더 솟을 전망이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2%로 상향될 경우 대부업권의 저신용자 평균 원가금리는 21.7~23.8%로 최고금리를 넘어서게 된다.

대부업계에서 취약자주에게 시행할 대출이 점점 줄어들 전망이다.

불법사금융과 대부업 간의 구분이 모호한 점도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대부업법상 불법 사금융업자는 ‘미등록 대부업자’로 표기돼 있어 적법하게 운영하는 업체와 같은 ‘대부업자’ 명칭을 사용하고 있다.

불법사금융업자의 불법행위로 인해 대부업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이를 인지하지 못한 소비자들이 불법 금융권으로 내몰 요인을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근원인 법정 최고금리 인하, 그리고 불법사금융업자와 적법한 업체의 모호한 구분은 오랫동안 방치하고, 불법사금융 제재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정 최고금리 관련 논의가 이뤄진 지 수년이 흘렀지만 동일한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이제는 사후처리 대신 근본적인 원인을 손 봐야 할 때다.

불법사금융과 겹치는 대부업자 명칭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금리 인상기를 고려해 법정 최고금리를 유동적으로 인상하는 방안 등 서민을 더 포용할 수 있는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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