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영 법무법인 시공 보험전문변호사

A씨는 가족과 함께 바닷가에 갔다가 물에 빠졌다. 해상구조대가 물에 빠진 A씨를 구조해 병원으로 후송했으나 A씨는 같은 날 사망했다. 망인에 대한 부검은 이뤄지지 않았다.

유족들은 바람과 파도에 의해 실족해 물에 빠진 후 심장이 정지해 사망한 것이 확실하다며 상해 또는 재해로 인한 사망보험금을 지급해 줄 것을 보험사에 청구했다.

문제는 망인이 최근까지 진행성 연수마비, 삼킴곤란, 폐렴, 중추신경계 질환, 심장질환 등의 병력으로 치료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망인의 사인이 기왕증인 심장질환 등에 의해 먼저 심정지가 일어난 후 물에 빠진 것이라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사망의 원인을 익수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물에 빠진 후 심장이 정지했다면 입안에 물이 고였을 것이고 호흠을 하는 동안 폐에 물이 들어가 폐가 불어 올랐을 것이다. 실제 사건에서도 A씨가 응급실 내원 당시 입안에 물이 다량 있었으며 폐부종이 관찰됐다.

심정지가 이뤄진 후 물에 빠졌다는 쪽에선 반드시 폐에 물이 들어가 폐가 부어올랐을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설명한다.

A씨가 물에 잠겨있는 동안 입안으로 저절로 물이 흘러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다. 또 기존 질환 때문에 폐부종이 관찰됐을 수도 있다는 소견이다.

익수가 사망의 원인인지, 심장질환 등의 원인으로 심정지 후 물에 빠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처럼 입장 차이가 매우 크다. 어느 것 하나 확신할 수 없다.

결국 사고 당시 A씨의 신체적 상태나 사고정황 등 구체적인 내용이 주어지지 않는다면 그 원인을 제시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듯 사망 원인이 분명하지 않아 법적 분쟁이 생길 것으로 예견되는 경우, 대법원은 부검을 통해 사망의 원인을 명확히 밝히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증명 과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의사의 사체 검안만으로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음에도 유족의 반대로 부검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대법원은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이 명확히 밝혀진 경우보다 더 유리하기 사망 원인을 추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즉 부검을 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불이익은 유족들이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확고한 대법원의 입장이다.

사고 당시의 신체적 상태나 사고 정황은 부검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망의 경우 반드시 부검을 시행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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