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경제와 금융에 바란다'

[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대한민국 금융산업의 변화와 성장 가능성을 금융권 전문가 및 퇴직금융인의 시선으로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 본다. 정권 교체에 성공한 윤 정부가 보완해야 하는 경제, 금융에 관한 이야기와 변화가 필요한 정책에 대해 짚어보고 대안을 제시한다. 

 [백승희 칼럼] 모바일 금융이 도입된 자도 벌써 십 년이 넘었다. 그동안 금융은 IT 기술을 끌어안고 디지털 금융으로 멋있게 변모했다. 이러한 금융의 발 빠른 움직임은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으로 인한 팬데믹 시대에도 온라인 뱅킹 덕분에 별 탈 없이 지나갈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금융권은 메타버스 플랫폼의 발전과 함께 비대면 서비스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는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연결만 되면 은행에 방문하지 않아도 웬만한 금융업무를 편하게 볼 수 있으니 요즘같이 바쁜 시대에 매우 필요한 시스템이다. 더욱이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기술을 빨리 습득하는 우리나라 국민에게는 디지털 금융시스템이 적합한 서비스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금융으로 인해 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변화가 과연 사람들의 금융에 대한 이해와도 연결되고 있을까? 

한국경제신문과 미래에셋증권이 작년 3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본인들의 퇴직연금에서 투자하는 상품에 대해 완전하게 이해하고 있는 직장인들이 20%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직장인들이 IRP(개인형 퇴직연금) 등을 잘 활용하여 연금 백만장자가 매년 20% 이상 늘고 있다는 소식(이데일리 2022년 6월 29일 자)과는 매우 다른 현실이다.

금융시스템은 빠른 변화 vs 금융이해도는 낮은 현실

정보통신 기술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빠르고 사용자도 더 많은데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그 원인에는 ‘주식은 위험한 것’, ‘투자하다 잘못하면 평생 모아놓은 자산을 날린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된다. 시대가 변해도 투자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많은 사람의 의식 속에 부정적으로 남아있다. 

주식을 비롯한 투자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진행해야 함에도 언론 매체들은 극단적이고 선정적인 주제를 통해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자 투자로 인한 극단적인 사건만을 보도하고 있다. 이것이 더욱 사람들에게 투자는 어려운 것, 정보를 만들 수 있는 소수에게만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하게 하여 돈에 대해 진지하게 공부하고자 하는 마음조차 갖게 하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돈에 대해 말하는 것을 터부시하고 사촌이 땅을 사면 배 아파하는 사회 분위기로 다양한 투자 방법과 금융 지식을 공유하지 않는다. 이것이 노인 빈곤뿐만 아니라 부익부 빈익빈을 촉진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선진국들의 조기 금융 교육

국민의 빈곤은 곧 국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빈곤한 국민이 의식주를 충족하기에도 급급해 교육과 창의적인 일들에는 투자를 줄이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은 국민의 재정 운용 능력을 기르기 위해 어려서부터 금융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10대부터 직접 돈의 흐름을 체험하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독일 북부에 있는 한 학교인 커뮤니티스쿨(Gemeinschaftsschule Neumünster Brachenfeld)은 학교 내에 학생들이 회사를 설립하게 공간과 인력을 지원하여 지역 주민들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을 저렴하게 수리해주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어릴 적부터 시장경제 활동을 알게 되고 창업을 경험해 보면서 경제와 금융을 동시에 체득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역시도 중학교 때부터 신용과 부채 관리법, 금융기관 활용법 등을 정규 교과목으로 교육하고 있으며, SAT에도 세금이나 금융에 관한 문제가 다수 출제된다. 

시니어에게도 금융 교육 필요

학습을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금융에 관한 지식을 주입하여 재정 운영에 관한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국·영·수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어릴 적부터 금융에 대한 이해와 투자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하도록 금융과 경제에 관한 과목을 정규 교과목으로 편성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금융 지식을 습득하지 못한 퇴직을 앞둔 시니어들에게 은퇴 후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금융 교육은 더 시급하다. 수익률 2%대에 머무는 퇴직연금은 젊었을 적 열심히 일한 가장에게 또다시 아파트 경비와 쓰레기 줍기 아르바이트로 노동을 하게 한다. 

금융 지식이 없어 죽을 때까지 일해야 하는 소(牛)와 같은 삶이 최첨단 기술을 개발하는 우리나라의 평범한 현실이자 금융 교육의 대중화가 시급한 이유다. 금융 교육이 대중화로 필자가 은퇴할 시점에는 완전한 은퇴를 하여 편안한 노후를 보내는 동년배가 많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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