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 인터뷰

지난 2018년 은행권은 채용 비리로 얼룩졌었다. 신뢰가 생명인 금융산업에서 만연하게 벌어진 부정청탁 채용 실태에 ‘현대판 음서제(蔭敍制)’라는 비판이 들끓었고 수많은 청년 구직자를 절망케 했다.

사태가 발각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석연찮은 사후조치에 지탄의 목소리가 아직도 팽배하다. 재판부는 비리에 연루된 금융지주 회장에게 입법의 미비를 이유로 무죄판결을 내렸고, 몇몇 부정입사자들은 여전히 재직 중이다.

지난 13일 대한금융신문과 만난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사진)는 “은행 채용비리 사태는 VVIP 고객, 고위급 관료, 내부 임직원 등 세 가지 유형의 부정청탁에서 비롯됐다. 80년대부터 100억원을 예금한 고객의 자녀를 취직시켜주던 게 근절되지 않고 끊임없이 계속되다 자신(은행)들이 지킬 관행인 마냥 익숙해져 버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부정청탁자와 돈독한 관계를 잘 유지해야 은행장 또는 지주 회장 연임에 유리한 게 기정사실이 된 부조리부터 파괴돼야 하는데, 그 소임을 수행할 재판부가 오히려 적폐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청탁을 받았지만 스펙이 좋아 부정입사자로 만은 볼 수 없다’, ‘처벌할 법적 규정이 미비하다’는 비상식적인 논리를 펼치며 내린 부정의 한 판결은 학벌주의와 스펙 과열을 조장하고 채용의 공공성을 무너뜨리는 최악의 선례로만 남게 됐다”고 설명했다.

채용비리 사후조치 관련 금융당국과 은행의 미적지근한 태도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김 대표는 “지난 1월 대법원 확정 판결로 KB국민은행이 지난 2015~2016년 신입행원 채용을 진행하면서 남성 지원자 합격률을 높이고 부정청탁 지원자 채용을 위해 점수를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KB국민은행에 채용비리 피해자를 구제하고 부정청탁 입사자의 채용을 취소할 것을 촉구해 왔으나 피해자 특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있다”며 “유죄 판결에도 사후조치 없이 방치하는 건 취업을 갈망하는 청년에 대한 기만”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KB국민은행의 부정입사자 채용 취소와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런 것까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인가 싶다”며 “금융감독원이 전수조사로 밝히고 고발한 사건이다. 유죄 판결로 사건 종결할게 아니라 재발 방지를 위한 사후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금 태도는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은행 채용비리 재판에서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증언한 직원에 대한 보상 인사 제재 등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규제안이 나와야 한다”며 “법원에서 회사 편을 든 사람은 결과적으로 이득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뒤집어쓰게 되는 상황을 두고선 후에 어떤 직원도 진실된 증언을 하기 힘들 거다. 채용비리 근절을 위해선 엄벌주의로 적극 나서야 한다”고 짚었다.

한편 금융정의연대는 금융 공공성을 실현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대변하기 위해 지난 2013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시민단체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 대안 제시 및 금융사 감시 역할을 자처하며 최근에는 채용비리, 사모펀드 사태 등 금융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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