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일 이상 연체자에 최대 90% 감면
부채보다 자산 많으면 원금감면 무효
금융위 “국세청 연계해 엄격히 심사”

부실 채권자에 대한 원금 탕감으로 논란을 빚었던 ‘새출발기금’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공개됐다. 정부는 20년간 운영해온 채무조정의 원칙을 유지하면서, 철저한 재산·소득 심사 및 신용 불이익 부과로 고의적 연체 등의 도덕적 해이를 차단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18일 금융위원회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출발기금 금융권 설명회’를 열고 금융권 의견 수렴 및 소통을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을 투입해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25만명 규모의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를 매입하는 프로그램이다. 기존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연체 90일 이상의 부실 차주에게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잠재부실이 누적된 상황에서 신용회복위원회 등 현행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는 금융 지원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이번 기금을 조성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권대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연체를 5일만 해도 신용상 불이익이 발생한다. 늦기 전에 채무조정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신용회복의 ‘골든타임’을 강조했다.

이어 “개인 채무 중심인 현행 신복위 프로그램을 통한 지원에는 한계가 있다”며 “차주의 부실을 단순 이연시킬 경우 부실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금융위는 90일 초과 연체자의 신용채무 중 총부채의 0~80%를 감면하겠다고 밝혔다.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탕감이 없으며, 부채 도과시에만 순부채의 60~80%를 감면할 방침이다.

취약차주에는 최대 90%의 감면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취약차주는 기초생활수급자, 저소득 중증장애인, 만 70세 이상 저소득 고령자 등이 해당한다. 이는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의 5% 수준이며, 평균채무액은 700만원 규모다.

금융위는 채무 원금감면 기준을 좀 더 까다롭게 규정하는 세부 운용 방향을 중점적으로 설명했다.

그간 금융권에선 부실 채무자에 대한 원금 감면율이 너무 높아 ‘도덕적 해이’ 우려가 크다고 지적해왔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차주의 상대적 박탈감을 키우고, 금융시장 질서가 왜곡될 수 있다는 것. 은행들은 감면율을 10~50%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금융위는 고의로 연체를 하는 등의 채무자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자산이 부채보다 많으면 원금을 탕감해주지 않는 요건을 내세웠다. 담보대출의 경우 원금감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권 국장은 “국세청과 연계해 엄격하게 재산·소득 심사를 할 예정”이라며 “주기적 재산조사를 통해 은닉재산이 발견되면 채무조정을 무효로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2년간 채무조정 이용사실을 공공정보로 등록하고, 1∼5년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신용 불이익을 확실히 부과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금융회사들을 향해 새출발기금은 추경을 통해 정부가 재정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자산 축소 부담을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보증기관에 대해서도 조기 대위변제금 분납 허용, 잔여이익 배분 계약 체결 등 손실에 대한 보호장치를 충분히 마련하겠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권 국장은 “현재 37조∼56조원으로 추정되는 소상공인 대출 잠재부실 가운데 새출발기금이 50∼80% 수준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며 “원금감면 대상은 전체 소상공인의 3% 수준으로 제한적이다. 사회복지적 관점에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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