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입찰 빠진 우리금융, 물밑작업 분주
본입찰에서 가격협상력 높이겠다는 전략
“지분 보유에도 미참여…일반적 결정 아냐”

롯데카드 본사 전경(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 본사 전경(사진=롯데카드)

2022년 9월 20일 16: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무성했던 소문과 다르게 롯데카드 매각이 부진한 모양새다. 유력 후보군이 대거 예비입찰에 불참한 것인데, 이를 두고 오히려 인수 후보자의 의도된 전략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지분 59.38% 매각을 위해 진행한 예비입찰에 우리금융그룹과 KT가 참여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불리던 우리금융과 KT 등이 예비입찰에 불참함에 따라 롯데카드 매각이 흥행에 실패했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우리금융은 롯데카드에 대한 우선협상권을 보유했지만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았다고 밝혔다. KT의 경우 MBK파트너스가 요구한 높은 몸값에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식 행보와 다르게 우리금융은 물밑 작업에 분주한 모양새다. 현재 블라인드 펀드(투자 대상을 정하지 않은 대형 펀드)를 보유한 국내 사모펀드 한 곳과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인수 의사가 있음에도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은 건 전략적 행위로 풀이된다. 예비입찰 전부터 매각 부진이 업계에 점쳐진 만큼 향후 본입찰 과정에서 더 좋은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뒤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번 입찰은 산업은행 등이 주도하는 공개입찰이 아닌 민간 주도 방식이라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아도 MBK파트너스와의 협상이 가능하다. 실제로 넷마블이 지난 2019년 웅진코웨이를 인수할 때 예비입찰 과정은 건너뛴 채 본입찰부터 참여해 인수를 마무리 지었다.

이를 고려한 우리금융이 MBK파트너스가 요구한 몸값 3조원을 낮추기 위해 일종의 베팅을 한 셈이다. 우선협상권을 보유한 입장에서도 경쟁 후보군이 전면에 나서지 않는 상황에서 앞서 나가 매물 가격을 높일 필요도 없었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 2019년 롯데카드가 롯데그룹에서 MBK파트너스로 넘어갈 당시 인수에 간접 참여한 영향으로 우선협상권을 지녔다.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동참하는 방식으로 지분 20%를 매입한 바 있다.

MBK파트너스가 엑시트 의지가 강한 사모펀드 운용사라는 특성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중요한 건 투자금 회수인데 롯데카드가 호실적을 기록한 지금이 매각 적기라는 평이 전반적이기 때문이다.

롯데카드의 경우 올해 카드업계 시장 전망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경쟁사 대비 순익이 급증하는 성과를 냈다.

우리금융이 향후 본입찰에 참여하게 되면 MBK파트너스와의 가격협상이 거래 성사의 관건이 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우리금융 측이 20% 지분을 지닌 상황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대어'를 놓친다는 것은 일반적인 의사결정이 아니다”라며 “예비입찰에 불참하게 된 건 인수가격과 관련된 눈치작전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예비입찰에서 형성된 인수가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대응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라고 부연했다.

대한금융신문 정태현 기자 jt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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