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웅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장

2017년 8월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고령(만 65세 이상)인구가 725만7288명으로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서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고령인구 7% 이상)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고령사회 진입을 2018년 정도로 예상했으나 1년 정도 더 빨라졌다. 

일본이 24년, 미국은 73년, 프랑스가 113년에 걸쳐 이루어낸 변화를 대한민국은 단 17년만에 이뤄내며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기록한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우리나라는 2025년 고령인구가 20%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경에는 세계 최고령국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고령화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들이 많은 현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성장 등 사회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인구구조 변화가 따라줘야 하는데 이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미 초고령사회를 향해 가고 있는 고령화 문제해결은 요원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평균수명 연장에 따라 생애주기가 확장되어 가는 점을 고려했을 때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와 달리 65세 이상 고령자라도 요즘 사람들이 건강상태도 훨씬 좋고 활동도 왕성하다. 따라서 우리 스스로의 모습을 ‘초고령사회’가 아닌 ‘생애확장사회’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생애확장사회로 가고 있는 몇 가지 현상을 살펴보자. 먼저 생애확장의 가장 대표적인 현상은 일하는 기간이 늘어나고 있다는 현실이다. 2020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률은 34.1%로 2011년(29.1%)대비 5%포인트 증가했다. 한편 OECD가 발표한 통계(2018년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실질은퇴연령은 72.3세로 1위를 기록 중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늦게 은퇴하는 국가로 유명해진 지 오래다. 

일 자체보다는 생계유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하고 있다는 문제점은 있지만 은퇴가 지속적으로 연장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연간 근로시간 측면에서도 최상위권이다. 가장 많은 시간을 일하고 가장 오랜 기간 일하면서 노인빈곤률 등 각종 복지지표는 나쁜 구조적 문제가 있다. 개인적 관점에서 일 자체를 즐기면서 은퇴를 늦추기 위해서는 연금 등을 활용한 은퇴자산관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은퇴는 생산 활동은 중지했지만 소비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단순히 주된 직장을 그만두는 퇴직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이런 의미를 생각해 본다면 실질적인 은퇴는 점점 줄어가는 추세라고 할 수 있다. 55~79세 고령자중 장래 근로를 원하는 사람들이 2015년 61.2%에서 2021년 68.1%로 6.9%포인트 상승하며 꾸준히 증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취업을 원하는 이유가 ‘일하는 즐거움’과 같은 긍정적인 요인은 하락세로 나타난 반면, ‘생활비 보탬’과 같은 이유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자아실현을 목적으로 은퇴를 미루는 것은 권장하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어쩔 수 없이 은퇴가 늦어지는 현상은 분명 개선할 부분이다.

서두에 언급한 고령화 기준은 UN이 1987년에 정한 과거의 기준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1990년 당시 0세 기준 기대여명이 71.7세였으나, 2020년 83.5세로 12년 가까이 증가했다. 이와 같은 수명연장 추세를 고려했을 때 고령화를 판단하는 기준이 65세로 고정된 현실은 시대적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고령인구 기준을 70세 이상으로만 변경해도 2020년 기준 고령인구 비율은 14.2%로 떨어지고, 75세 이상으로 바꾸면 10.4%로 크게 감소한다. 고령인구 기준을 10년 정도 늦추면 우리나라는 아직 ‘고령화사회’에도 진입하지 않은 ‘청춘국가’가 되는 것이다. 

고령인구 기준을 변경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 문제도 완화할 수 있다.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2019년 3763만명을 정점으로 급격한 감소세로 전환되는 중이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소비지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내수경기가 위축되면서 저성장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생산가능인구 기준을 15~74세로 바꾸면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세가 2030년 이후로 10년 이상 미뤄지게 된다.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를 2038년(3771만명)까지 기존 생산가능인구 정점과 비슷한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경제활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고령인구 기준변경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에서 평균 나이 84세의 할머니들이 걸그룹을 결성해 한 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일을 함에 있어 나이를 제약요건으로 생각하지 않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소위 ‘액티브시니어(Active Senior)’가 많아지는 추세다. 나이 60세에 사회생활을 정리하고 은퇴하는 사람들보다 기존과 같은 활동성을 유지하며 70세가 넘어서도 사회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은퇴시기에 즈음하여 일을 내려놓고 즐거운 인생을 살라는 의미의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을 이제 ‘인생은 70 아니 80부터’라고 외치며 살아가는 것이 더 합당한 기준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의 미래를 초고령사회가 아닌 ‘생애확장사회’로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