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희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 연구위원 / 기술경영학 박사

은퇴는 미리 준비할수록 원하는 모습으로 살 수 있어
일터혁신, 그동안 쌓아온 경력으로 메타버스에서 창직
은퇴자의 고급지식 사용하도록 국가서 시스템 재교육해야

은퇴 인력 100만 시대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의 고령인구 비중이 2022년 기준으로 17.5%에서 2070년엔 46.4%로 급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을 위한 시니어 산업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건강과 여행 분야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지만 현재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뷰티 등 전반적인 분야에서 시니어 세대들을 위한 맞춤형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세대별로 은퇴 후 모습은 매우 다양하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여전히 일터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부터 사회에서 돌아와 그동안 하지 못했던 개인적인 즐거움을 추구하는 모습 등 은퇴 후의 생활을 위한 준비를 기준으로 스펙트럼이 넓게 형성된다.

그런데 은퇴 후의 삶에 대한 준비는 재무적인 측면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건강과 여가, 관계, 관심 분야에 관한 지식 또는 기술 등 비재무적인 측면에서의 준비가 있어야 건강하면서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고 준비 또한 오랜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 마치 직업을 갖기 위해 오랜시간 재능과 적성을 살펴보았던 것처럼 은퇴 후 남은 인생을 위한 과정도 나에 대한 탐구와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성공적인 은퇴를 준비하는 선진국 

우리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끈 베이비부머 세대(1950~1955년생)가 대거 퇴직하면서 숙련된 인력에 대한 공급 부족 등의 문제가 커다란 이슈로 다가오고 있다. 

영국의 연금 및 노후 소득협회(Pensions and Lifetime Savings Association)는 근로자가 은퇴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도록 저축과 연금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은퇴생활수준(Retirement Living Standards)을 제시, 은퇴 후의 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준비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정보들은 시각화해 홍보하고 실제로 은퇴 준비를 하여 잘 살고 있는 성공적인 사례들을 소개함으로써 은퇴 후의 삶을 대비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사례를 겪었던 선진국의 일부 국가들은 적극적으로 은퇴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과 독일, 핀란드의 경우 제도를 구축해 시니어 창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은퇴자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경제적 자유를 지원하고 더 나아가 일자리 창출까지 유도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창업에 필요한 경영 지식부터 사무실 및 인건비 지원까지 창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도록 제도를 정립하였다. 특히 핀란드의 경우 은퇴자가 창업을 하더라도 실직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신규 창업자에게는 18개월 간 정부가 급여를 지급하는 등 창업에 대한 부담과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보조금을 지원을 마련했다.  

왜 다시 일하는가

일본에서 ‘경영의 신’으로 칭하는 CEO인 이나모리 가즈오는 일을 단순한 생계 수단이라고만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일을 하는 이유가 스스로를 단련하고 마음을 갈고 닦으며 삶의 가치를 발견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다년간 일을 하는 것이 단순한 노동이 아닌 살아가면서 나를 발견하고 세상을 알아가는 일이었기에 은퇴를 맞은 사람들은 주로 휴식보다는 재취업과 새로운 경제활동을 희망하고 있다. 

OECD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0세 이상 남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2019년을 기준으로 75.5%로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이는 현장에서 다년간 축적된 노하우와 경험이 사회적으로도 매우 유용하여 은퇴인력의 고용 시스템을 갖출 경우 수요․공급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은퇴 후에도 지속적으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전문 지식과 열정을 공급할 수 있는 수요처를 찾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터혁신이 필요하다. 

메타버스에서 인생 2막 준비하는 사람들

최근 실버서퍼(노년층을 의미하는 Silver와 인터넷 서핑을 잘하는 사람을 의미하는 Surfer가 합쳐진 단어로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시니어를 의미)가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주로 베이비부머 세대들로 수십년 간의 인생경험과 사회에서의 노하우를 디지털 기술에 결합시켜 실버 크리에이터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코로나 여파로 인해 디지털 상에서의 만남이 익숙해진 사람들은 이들이 만든 콘텐츠를 보며 열광하고 따라하기도 한다.

틱톡(TikTok)의 ‘패션왕’, 인스타그램에서 옷 잘 입는 할아버지로 유명한 ‘닉 우스터(Nick Wooster)’, 유투버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박막례 할머니. 구독자 250만명을 보유한 91세 영국인 폴린 카나 등 실버계층의 소셜네트워크 활동은 대중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고 있다. 직접 쌓아온 전문적인 지식이 하나의 콘텐츠가 되어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제공하기도 하고 서로 다른 세대와의 소통이 놀이처럼 다가와 공감을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전세계가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고 웹 4.0에서 5.0으로 플랫폼 기술이 발전하면서 메타버스 안에서의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다. 메타버스 안에 설립된 회사에 재취업하거나 그 동안의 역량을 기반으로 회사를 설립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강남구는 4060세대를 위한 메타버스 크리에이터 양성 교육과정을 진행하면서 전문적 역량을 소지한 퇴직 중장년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교육을 진행했다. 또한 (사)과학문화융합포럼은 정부, 기업 등에서 전문적인 역할을 수행했던 은퇴한 리더들이 각자의 경력을 기반으로 메타버스 로봇 연구소, 메타버스 극지 연구소 등 다양한 연구소를 설립해 청소년에게 맞춤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의 확산으로 비대면 방식이 익숙해지면서 기업과 다양한 조직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메타버스 안에서 온라인 점포를 개설하여 기본적인 예․대상담을 진행하고 신입직원 교육도 메타버스 안에서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뿐만이 아니라 학교와 정부, 기업 모두 메타버스 안에서 주업무를 진행하고 심지어 회사마저도 오프라인 사무실을 없애고 가상공간 오피스로 전원 출근을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살펴봤을 때 앞으로의 경제활동은 디지털 공간 속에서 현실과 공존하며 이뤄지게 될 것이다. 

현재 메타버스에는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 이중 일부 플랫폼들은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메타버스 모임을 주최한 호스트에게 후원을 보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하기도 하는 등 기존의 플랫폼에서 운영되는 경제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고 있다. 

크리에이터 활동, 창업, 재취업 등 메타버스를 활용한 은퇴 후 활동은 계획과 설계에 따라서 문화활동이 될 수도 있고 경제활동이 될 수 도 있다. 따라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경험과 지식을 서비스 상품으로 만들어 상대에게 편안하고 친절하게 설명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더욱이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나이, 국적, 위치 등 현실에서의 상황과 상관없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 본인이 가진 재능과 지식을 메타버스의 디지털 기술과 융합한다면 은퇴 이후에도 활발한 사회경제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도 은퇴 인력의 고급 지식을 트렌드에 맞게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 재교육을 하는 등 은퇴 세대들이 왕성히 활동할 수 있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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