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문 전국퇴직금융인협회 금융시장연구원 연구위원 / SN경영연구원장 / 경영학박사

평균수명이 70살 남짓이던 시절, 선배들은 은퇴 후의 십여 년을 느긋하게 보내다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100세 시대를 맞아, 우리는 현업에서 물러난 후에도 수십 년을 더 살아가야 한다. 소일(消日)이나 하며 지내기엔 너무 긴 세월이다. 

은퇴 후에도 마음 놓고 쉬지 못하는 시대라니! 고민이 깊어진다. 그렇다면 뭔가 할 일을 찾아야 하는 데 그것도 쉽지 않다. 새 시대가 요구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까닭이다. 이래저래 골치가 아파진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대책 중의 하나가 ‘자기계발’이다. 우리는 자신을 계발하는 과정에 몰입함으로써 실용적인 지식을 배우는 것과 더불어, 오랫동안 방치되었던 잠재력을 키우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다. 

《노는 만큼 성공한다》의 저자 김정운 교수는 “노후의 가장 훌륭한 대책은 뭔가를 배우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의 말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은퇴 후에 자신을 지탱해 주는 것은 지난날의 경력이 아니다.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당당한 노년을 보낼 수 있다.
   
무엇을 배울 것인가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선택하라. 스스로 판단하여 평소 하고 싶었던 공부를 시작하라. 그것은 주어진 일만 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누릴 수 없는 특권이기도 하다. 나아가 어느 정도의 재능이나 소질이 있는 분야에 도전해야 한다. 이는 ‘발전 가능성’이나 ‘활용성’이란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자기계발의 목적을 분명히 하라. 그것에 따라 공부해야 할 대상이나 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순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인지. 다른 사람들과의 친목이나 교류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경제활동을 위한 것인지를 확실하게 해둬야 무슨 과목을 어떻게 공부할지 결정할 수 있다. 

순수한 취미활동은 본인의 심신 건강에 유익하다. 서예, 악기 연주,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을 배우며 내면을 풍요롭게 하고, 정신세계를 맑고 깊은 곳으로 인도할 수 있다. 요가, 헬스, 등산, 달리기 등을 하면서 건강한 심신을 가꿀 수도 있다.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다. 

봉사활동을 목적으로 공부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봉사는 은퇴자들이 궁극적으로 가고자 하는 길이다. 자신의 능력을 발휘해서 필요한 이들에게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한데, 그런 봉사활동을 제대로 해내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에 필요한 능력을 키워야 한다. 

마지막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경우다. 자신의 능력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것을 목적으로 하므로, 앞에서 언급한 두 경우보다 더 실용적인 학습이 요구된다. 이 경우 사회에서 인정하는 학위나 자격증 등의 취득이 일차적 목표가 될 수 있다. 

얼마나 공부해야 하나

먼저, 학습 목적에 따른 목표 수준을 정해야 한다. 취미활동만 놓고 보더라도, 단순히 혼자 즐기는 경우라면 수준을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하지만 상당한 수준에 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처음에는 단순한 취미로 시작했다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더 높은 수준을 지향한다.

어느 분야든 최고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엄청난 투자와 각고의 노력을 하고도, 그들 중 지극히 일부만 정상에 도달한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다. 

그렇다고 해도, 목표를 입문 단계 정도로 정해놓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 누구나 짧은 시간 내에 습득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목표로서의 의미가 없다. 적어도 여러 해에 걸쳐 정진해야 이룰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사회에서도 인정받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에게는 시간이 많다.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시작하는 것 자체를 미루면 안 된다. 

은퇴 후의 학습이라고 적당히 해서는 안 된다. 학창 시절 못지않게 잘 계획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먼저 학습 과목을 정하고 목록을 작성하라. 그 과정에서 목표가 한결 명확해진다. 그것을 기간별, 세부 분야별로 정리해보자. 언제까지 어떤 자격증이나 학위를 취득한다든가,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겠다는 식으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뒤 공부를 시작하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뇌, 생각의 출현》의 저자 박문호 박사는 ‘뇌의 본질적 기능은 환경에 적응하는 운동의 생성’이라고 주장하며 “뇌는 목적이 없으면 빈둥거린다”라고 강조한다. 우리가 왜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공부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말이다. 

어렵사리 습득한 능력을 사장(死藏)시킨다면 배우지 않은 것과 다를 게 없다. 그러니 어떤 것을 배웠다면 스스로 만족하는 단계를 넘어서 다른 이들을 위해서 활용해야 한다. 우리는 후배들보다 먼저 배우고 경험했다. 오랫동안 여러 혜택도 누렸다. 이제는 그들과 사회에 보답해야 할 때다. 그 과정을 통하여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하고 스스로 성장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다. 

능력을 갖추고 나면 봉사할 기회를 찾아 나서라. 본인의 능력을 대단치 않게 느끼는 이들도 낙담할 이유가 전혀 없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우리의 손길이 필요한 분야가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어떤 방식으로 참여할지 모르겠다면 관련 단체나 기관의 도움을 받으면 된다. 베풀겠다는 열정만 있다면,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돌이켜 보면, 직장 생활을 할 때는 비록 타율적이긴 하지만 쉬지 않고 뭔가를 배우며 살아왔다. 한데 은퇴를 하고 나니 ‘두뇌 활동’도 자연스레 시들해진다. 이거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지금부터라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하자. 이참에 필통 속의 연필을 꺼내어 ‘자기계발 프로그램’을 세워보는 건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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