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요한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수석연구원

우리나라 자동차 리콜 규모는 2018년말 사상 최초로 200만대를 넘은 이래, 4년이 지난 올해 결국 '자동차 리콜대수 300만대'를 넘기고 말았다. 신규 자동차 등록대수 증가와 비교해도 그 증가세가 뚜렷하다.

자동차 결함에 의한 리콜 규모 증가는 양면의 동전과 같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자동차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정부 또는 자동차 제작사의 적극적인 리콜 조치는 주행 중 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사고가 발생하기 전 조치를 하는 것이기에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사실 이것이 자동차 리콜제도를 운영하는 근본적인 목적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최근 3년간(2020년~2022년) 우리나라에서 리콜된 차량을 보면 최초 생산일 기준으로 10년 이상된 차량 모델이 무려 195만대 이상을 점하고 있으며 이는 전체 리콜 대수의 약 25%에 달하는 규모이다. 자동차 안전을 개선하고자 하는 정부와 제조사의 적극적인 의지가 보이는 부분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차량 소유주는 자동차 리콜 통지를 받게 되면 왠지 불안한 것 또한 사실이다. 나와 가족이 타고 있는 자동차가 결함으로 인해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인데, 그렇다면 결함이 없는 차량을 만들 수는 없을까? 아니면 결함이 없는 자동차를 구할 수는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답은 없다. 전세계적으로 판매되고 있는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사 모델에서 자동차 결함이 발견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3년간 발생한 리콜 내용을 분석해 보면 자동차결함이 위중한 사고를 일으킬 만한 증상을 항상 동반하는 것이 아닌 발생 가능성을 사유로 대부분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리콜 사유를 보면 차량 '소손'(불에 타서 부서짐) 및 '화재' 가능성이 있어 리콜된 차량이 351만대(44.6%), '시동꺼짐', ‘엔진 정지’ 발생할 가능성으로 리콜된 차량이 약 62만대(7%) 였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사항이 하나 있는데 최근 자동차 리콜 사례를 보면 자동차 결함 원인으로 소프트웨어 오류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소프트웨어 오류는 '이상 현상'이 나타나도 그 원인을 찾아내거나 조치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특징이 있는데, 소프트웨어 오류 결함의 증가는 기존 기계적 결함을 찾던 조사 방식을 벗어나 변화가 필요한 전환 시점이 도래했음을 알려주는 신호다.

소프트웨어 오류는 특정 결함 부위 또는 부품 파손, 노후화와 같은 육안으로 식별 용이한 현상 없이 일정한 조건에서만 발생하기 때문에 비슷한 증상이나 원인을 다른 차량에서 찾기 어려운 특징을 가지고 있다. 또한 결함 발생 여부를 확인할만한 기록 정보나 항목 또한 상대적으로 많지 않다.

쉽게 말해 소프트웨어란 자동차 ECU에 설계된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소프트웨어 오류를 스스로 인지할 수 없어 자동차 고장을 고장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함에 대한 원인을 알고리즘 개발 담당자가 아닌 한 일반적인 조사를 통해서 알아내기는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결함이 나타나는 현상이나 증상은 있는데 원인을 알 수 없어 해당 부품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결함 원인을 추정해야만 한다.

올해 5월 독일에서 메르세데스-벤츠사가 자율주행자동차를 출시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네시스 모델에 레벨 3 자율주행 기능인 HDP(Highway Driving Pilot)을 장착해 2022년 4분기 자율주행자동차를 출시 할 예정이었지만 2023년 상반기로 연기된 상태다. 매년 자율주행자동차 출시가 연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과정이라고 보여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자율주행 알고리즘에 예상치 못한 오류가 있어 개선하고 있다는 의견도 많다. 자율주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 또는 결함의 원인은 대부분 소프트웨어 오류일 가능성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중 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보험회사는 국토교통부 소속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에 사고 통보를 하고 위원회는 사고 사진, 블랙박스 영상, 제조사의 자율주행 기록정보 등으로부터 자동차 결함이 사고의 원인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자율주행자동차 사고는 최근 5년간 10건 이하였으며 그 중에서 자율주행시스템에 의한 사고는 1~2건에 불과하다. 이런 적은 사례에서 자율주행자동차가 어떠한 결함이 있었는지 파악하기는 쉽지 않으며, 결국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자율주행 제조사 외에는 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우려되고 있다.

그렇기에 본격적인 자율주행자동차 도입 전에 사고 원인 조사가 어려운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자율주행자동차 사고 상황을 보다 상세하게 기록할 수 있는 장치의 개선이 시급하다. 현재 자율주행 기록정보장치(DSSAD, Data Storage System for Automated Driving)는 주로 누가 운전을 했는지, 운전자와 시스템 간 제어권 전환 여부, 이유 등만을 기록한다. 즉,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지 않는다.

이를 개선하려면 충돌사고 시 자동차 정보를 기록하는 사고기록장치(EDR, Event Data Recorder)에 더 많은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 추가 항목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비롯한 첨단안전장치의 작동 여부는 물론 주변 차량이나 보행자 등 장애물을 인지하고 그 객체를 판단한 정보, 그것으로부터 자동차를 어떻게 제어했는지 등의 정보가 필요하다. 실시간으로 레이다, 라이다, 카메라 등 각종 센서와 이를 조절하는 컨트롤 유닛 간 통신이 정상 상태 여부도 중요하다. 처음부터 결함 원인 조사하는데 필수 정보를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향후 사고조사를 진행하면서 기록항목에 대한 지속적인 항목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

둘째로 자율주행시스템의 결함 원인이 소프트웨어 오류와 같이 정확하게 밝히기 어려울 경우, 결함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사고 책임 비율을 조율하여 결정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알고리즘은 제조사 개발 담당자 외에는 접근조차 어려운 기술 비밀 영역에 속하며 사고 발생 상황에서의 알고리즘 작동 내용이 실제 사고와 일치하는가 하는 문제도 검증되어야 한다. 모든 사고를 이렇게 조사할 경우 시간과 역량에 한계가 있다. 만약 소프트웨어 오류가 있는 경우 제조사 스스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게 되므로 사고조사위원회는 소프트웨어 개선 내용과 함께 관련 사고 유무를 제조사로 하여금 신고하도록 하여 소비자를 보호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마지막으로 자율주행자동차는 무결점의 편의성과 안전성을 추구하나, 어느 정도 기술이 축적될 때까지는 실제 모든 상황과 환경에서 완벽하지 않다는 점을 제조사, 정부, 소비자 모두 인정해야 한다. 자율주행 기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계속 나오는 한 자동차결함은 쉽게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제조사는 운전자가 자율주행 기능을 과신하지 않도록 자율주행 가능 운행 영역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전달해야만 하고 자율주행기능 작동 중에도 주변 상황에 따라 위험 요소가 생기면 운전자가 수동 운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 역시 자율주행 중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음을 항상 인지하고 자율주행 중에도 사고 방지를 위해 안전운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 설립은 자율주행 중 사고에 대한 자동차 제작사의 책임 강화와 자동차보험 소비자의 권익 보호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그러나 사고조사위원회만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가지고 있는 기술력과 노하우에 대한 결함을 찾아내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자동차결함을 기술 발전의 디딤돌로 삼아 자율주행 기술을 개선하려는 제조사의 적극적인 자세와 수시로 방어운전을 하며 스스로의 안전을 지켜내려는 소비자의 안전운전 습관이 융합(融合)되어 자동차 교통문화로 자리를 잡는다면, 자율주행자동차 시대와 함께 '교통사고 사망자 제로(Zero)'를 우리가 사는 시대에 맞이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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