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인(여, 40대)은 거주지 안방 문에 전기콘센트 선을 걸고 자신의 목을 매는 방법으로 자살했다. 우울증으로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온 망인은 자살하기 수개월 전부터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증상 등으로 병원을 방문한 바 있다. 유족은 사망에 따른 재해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보험사는 망인이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했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 사건의 보험 약관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유로 ‘피보험자가 고의로 자신을 해친 경우’를 정하고 있다. 다만 ‘심신상실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경우’에는 보험금을 지급한다.

쟁점은 자살의 고의성 여부다. ‘안방 문에 전기콘센트 선을 걸고 자신의 목을 매는 자살방법’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일까. 아니면 장기간 겪고 있던 우울증 및 불안장애 등에 따라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자신을 해친 충동자살에 해당할까.

법원의 판단은 이렇다.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 2023년 3월 31일 선고 2022가합100928 판결요지는 다음과 같다.

“‘심신상실 등으로 인하여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상태’를 환청, 환각 등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되어 정상적인 사리분별이나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상태로 한정하여 해석할 근거가 없다. 기본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정도로 인지능력이 보존되어 있고 자살수단을 선택하고 이를 실행하여 사망의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정신상태에 있었더라도, 그것을 곧 자살의 의미와 그 영속적인 영향을 숙고하여 진지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태와 같은 의미라고 보기는 어렵다.”

“망인의 신체적, 정신적 상황, 우울증 발생 경위, 진행 경과, 자살 태양을 비롯하여 망인의 나이와 성행, 주위상황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망인은 사망 1개월 전부터 우울증이 중증으로 급격히 진행되어 정상적인 사고나 판단능력이 심각하게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위 판결례는 자살방법은 고의 자살의 판단요소일 뿐 결정적인 판단기준이 아니라고 본 점에서 의미가 있다.

통상 목을 매는 방법은 계획자살로 보는 경향이 짙다. 고의로 자신을 해쳤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복적인 죽음에 대한 생각’과 ‘구체적인 계획 없이 반복되는 자살사고’가 아닐지라도 ‘자살시도나 자살수행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 또한 주요우울장애 증상이다. 

중등도 수준의 우울증상을 보인다면 자살방법에 따른 고의성보다는 병적인 충동성에 의한 자살로 평가될 수 있는 것이다.

위 사례에서 망인이 최초로 우울증을 진단받은 시점은 사망하기 26년 전이었다. 사망하기 4개월 전부터는 우울감을 호소하는 빈도와 병원에 내원하는 횟수가 점차 늘어났다. 급기야 자살사고를 호소하는 등 주요우울장애가 악화된 상태였다. 

중등도 수준의 우울 증상을 보이는 경우에는 심신미약 등으로 인해 자유로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장애가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견이다. 

자살방법이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것으로 보고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거절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판결례도 있다. 

자신이 머무르던 숙소에서 출입문의 전자도어록의 건전지 1개를 분리해 문이 열리지 않도록 한 다음 화장실에서 스마트폰 충전기 선으로 목을 매어 사망한 사안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2022년 7월 8일 선고 2020가단5222668 판결에서는 망인이 △자살사고 이전 정신질환을 이유로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고 △복무적응도검사에서 정신건강 '양호', 사회성 '관심', 자아 강도 '양호', 조직적응 '양호', 성관련 '양호' 등 '심리적으로 건강한 상태’라는 점에 근거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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