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소비자 편익 강화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권고한 이후, 무려 14년이 지난 지금에야 본격적인 법안 개정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보험금 청구 서류를 종이에서 전자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그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도입이 미뤄졌던 건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가 있어서다. 의료계와 시민단체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정보의 유출 및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거절 △보험 가입 및 갱신 거절 △보험 갱신 시 보험료 인상 등 다양한 사유로 도입을 반대해 왔다. 

특히 의료계는 청구 간소화 중계기관으로 거론되고 있는 보험개발원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비급여 통제를 위한 자료가 축적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보험금 청구서류를 일일이 발급받아 제출하는 불편함이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청구 간소화가 소비자의 편익 증진은 물론 불필요한 서류 낭비를 줄여주는 등 ESG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보험업계와 의료업계의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일반 소비자들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도입을 기대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를 위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진료비세부내역서와 진단서 등 필요 서류를 발급받고 직접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서다. 

과거에 비해 보험금 청구 절차가 일부 개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복잡한 절차 탓에 청구되지 않는 금액이 매년 2000~3000억원에 달할 정도다. 국회정무위원회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2020년부터 3년간 실손보험 미청구액이 7410억원으로 나타났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선 공약일 정도로 국민 생활 편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 실손보험은 전 국민의 75% 이상이 가입돼 있는 만큼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사회‧경제적으로 미치는 효과는 매우 클 것이다.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우려와는 달리 이미 안전장치도 구축된 상태다. 소비자들은 보험금 청구 시 필요한 서류만 전자적으로 전송 요구할 수 있다. 전송된 정보를 목적 외에 사용하면 징역 3년, 벌금 3000만원이라는 처벌조항도 갖춰져 있다. 

또 보험사와 보험개발원은 민간기관이긴 하나 금융위원회의 엄격한 관리 감독을 받기 때문에 의료정보를 무분별하게 사용할 수도 없다. 

이미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의료기관과 보험사 간 전자정보시스템을 통해 환자의 보험금 청구 서류를 전자적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크지 않다.
 
따라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개별 이해단체의 손익 관점에서 단기적인 접근을 할 것이 아니라 국민 전체의 소비자 편익 관점에서 검토되고 도입이 진행돼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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