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말레이시아서 은행업 진출 무산 경험
금융위에 자회사 소유 관련 규제완화 요구


[편집자주] ‘K-규제’가 글로벌화를 꿈꾸는 한국 금융사의 족쇄가 되고 있다. 콧대 높은 현지 금융당국의 기준을 맞추기도 어려운데 국내시장 여건에 맞춰진 우리나라 규제가 발목을 붙든다. 우리나라 금융당국이 각 금융업권별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시작한 건 지난 3월부터다. K-금융의 세계화를 위해선 어떤 규제가 탈바꿈돼야 할까.


2023년 6월 23일 15: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생명의 오랜 염원인 ‘해외은행 설립’이 다시 추진될 수 있을까. 금융위원회가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보험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대한생명 시절인 지난 2012년 한화생명은 금융산업 확대와 해외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동남아시아 진출을 꾀했다. 가장 공들였던 게 은행 설립을 통한 말레이시아 시장 입지 확보였다.

당시 현지 정부와 긍정적인 대화가 오갔지만, 우리나라의 금산분리 규제가 발목을 잡았다. 보험업법 제115조 2항은 보험사의 대주주가 비금융주력자인 경우 은행을 자회사로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금융당국에 해외은행 설립의 타당성을 피력했으나 결국 은행 설립이 무산됐다. 해당 조항으로 인해 같은 해 DB손해보험(당시 동부화재)도 라오스 은행 지분 인수를 포기해야 했다.

금산분리 규제로 우리나라 보험사의 해외 진출은 제한돼 있지만, 해외 글로벌 보험사들은 본토를 떠나 은행 및 핀테크사를 자회사로 소유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비금융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니, 시장 영향력에서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진출 지원 차원에서 관련 규제 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3월부터 금융위는 ‘금융산업 글로벌화 TF’를 구성하고, 릴레이 간담회를 통해 각 업권의 애로사항도 청취하고 있다.

간담회장에서 한화생명은 해외은행 설립을 위한 규제 완화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더불어 해외 금융사 인수 시 자회사 업무 범위가 비금융 영역까지 넓혀지길 고대하고 있다.

현행 보험업법에선 국내 보험사가 해외서 보험과 관련이 없는 업무를 영위할 경우 금융위의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자회사 인수를 위한 사업실사, 가치평가, 이사회 결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상황에서 최종 결정은 금융위의 승인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인수의 불확실성이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보니, 국내 보험사의 해외진출 시도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은행과 금융투자업권은 해외 자회사 소유 시 금융위에 사전신고와 사후보고로 진행돼, 절차가 보험에 비해 간단하다”며 “보험업도 동일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자회사 인수 및 설립과 관련한 규제를 폭넓게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해외 영업에 적용하기 어려운 국내 규제도 유연하게 적용할 것을 약속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내 금융사들이 자회사 소유 등의 제한으로 해외에서 경쟁사와 동등한 수준의 금융‧비금융 융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견을 청취했다”며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7월 중 발표하고, 하반기엔 동남아 현지 방문으로 현장 지원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진혁 기자 pj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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