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10단지, 우협 예비신탁사 선정 나서
서초 삼풍아파트도 신탁사 입찰 공고 게시
공사비 증액 놓고 시공사·조합 갈등이 원인
다만 “성공 사례 적어…장점 검증 아직은”

최근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사와 조합 간의 갈등이 빈번한 가운데 목동, 강남권에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에서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9단지에 이어 목동신시가지아파트 10단지가 높은 사업성에도 부동산 신탁사에 정비사업을 맡긴다는 계획이며, 비싼 땅값에 수수료 부담으로 조합방식을 선호했던 강남지역 내에서도 서초 삼풍아파트가 신탁회사 모집에 본격 나선 상태다. 

하지만 신탁방식 정비사업이 아직은 불안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사업 완료 사례도 적은데다, 실제 진행 사업장에서는 실효성 부족의 목소리도 나온다는 지적이다. 다만 도입된 지 10년이 채 지나지 않은 만큼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다. 

목동신시가지 10단지 우선협상자대상 예비신탁사(사업시행자) 선정 입찰 공고 (나라장터)
목동신시가지 10단지 우선협상자대상 예비신탁사(사업시행자) 선정 입찰 공고 (나라장터)

 


목동·강남 대규모 단지, 신탁방식 행렬 가세 


지난 26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한 목동 9단지에 이어 1987년 준공된 목동신시가지 10단지가 최근 신탁방식으로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결정하고, 신탁사 선정에 나섰다. 목동10단지 재건축 준비위원회는 지난 11일 우선협상대상 예비신탁사 선정 입찰 공고를 내고 23일 개찰했다. 

목동신시가지 10단지는 저층 11개 동, 고층 23개 동 등 총 34개 동으로 구성돼 있으며 용적률 127%, 주요 평형 대지 지분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목동 단지 중에서도 상위권에 속한다.

보통 사업성이 높은 단지에서는 신탁방식 사업 진행에 관심이 없어 왔는데, 최근 자잿값 인상으로 공사비 증액을 놓고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이 커지면서 부동산신탁사에 정비사업을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는 추세로 판단된다. 신탁방식은 신탁회사가 부동산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토대로 부동산 자산을 수탁받아 관리·처분·개발하는 것으로, 신탁사 협상력에 따라 사업 지연 없이 원활한 진행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철근, 레미콘 등 주요 건자재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 공사비가 연일 오르고 있다”며 또 “지방 미분양 사례가 속출하는 작금의 상황에서 분양불(분양 대금으로 공사비용 납부)로 시공비를 받아 가는 시공사 입장에선 미분양 리스크에 대한 비용도 공사비에 반영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에 공사비 증액을 놓고 시공업체와 조합 간의 첨예한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종전 도급계약서에 기재된 공사금액 대비 과도한 비용 인상을 요구하는 업체에 맞서 신탁방식으로서의 사업방식 전환을 도모하는 조합이 늘고 있다”며 “목동 재건축, 강남 재건축 등 지역 랜드마크 단지로 개발이 가능한 대형 사업지들도 신탁방식을 선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통적으로 조합방식을 선호했던 강남권에서도 최근 신탁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나라장터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삼풍아파트 재건축 추진 준비위원회는 우선협상대상 신탁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지난 20일 게시했다. 1988년 지어진 삼풍아파트는 단지 내 가장 작은 34평형도 20억 이상의 가격으로 형성되고 있는 고가 아파트 단지이며, 서초동 노른자위에 있어 ‘재건축 대어’로 불린다. 

보통 총 분양 대금의 2~4%가 신탁방식의 수수료로 책정되는 만큼 땅값이 비싼 강남의 경우 타 지역에 비해 수수료율 부담이 높아 신탁방식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 왔다. 하지만 공사비 관련 시공사와 조합의 충돌 사례가 부각되고 있는 동시 전문성이 결여된 조합방식에 대한 불신이 커져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는 분위기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신탁방식이 최근 늘고 있는 건 시공비 관련한 부분도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둔촌주공 사태를 통해 드러난 조합방식의 비리 문제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조합장들의 역량과 전문성이 우려되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나은 신탁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더불어 정비사업 기간을 최대한 단축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신탁방식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게 사업 추진위원회의 입장이다. 통상 재건축이나 재개발은 추진위원회 설립부터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이주와 철거, 분양까지 길게는 10년 이상 걸리는데 신탁사가 사업을 맡게 되면 기간이 단축된다. 
 
서울 아파트의 한 재건축준비위원회(재준위) 관계자는 “조합설립까지 서류상으론 1년 소요되지만, 실제론 3~4년 걸린다”며 “신탁방식은 그 기간을 확실하게 앞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 


도입 7년째…아직까지 성공 사례 적어 ‘관건’


하지만 신탁방식 재건축 사업이 마냥 이점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성공 사례가 많지 않은데, 수수료는 분양 대금의 1~4% 수준으로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불안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성공 케이스는 대전 동구 용운동 ‘e편한세상 대전 에코포레(용운주공 재건축)’와 경기도 안양시 ‘한양수자인 평촌리버뷰(304가구)’ 정도다. 

이 부연구위원은 “신탁방식 단점은 수수료가 핵심이다”며 “굉장히 오랫동안 사업에 관여하고 리스크를 짊어지는 시공사도 한 사업장에서 나오는 영업이익 자체가 5%를 넘기 힘들 것인데, 신탁사의 경우 수수료율이 최근 떨어지긴 했어도 높을 땐 4% 이상일 때도 있었다”고 꼬집었다. 

또한 “신탁방식으로 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사업장 중 아직 성공 사례가 많이 없다”며 “그 말인즉 신탁사가 장점이라고 홍보하는 것들이 검증되지 않는 부분들이 굉장히 많은 것이다. 실제로 신탁회사에 사업을 맡긴 사업장들 말을 들어보면 반응이 긍정적인 곳들도 있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하는 데 들도 있고 각양각색이다”고 지적했다. 

다만 신탁방식 사업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현재 7년째에 접어든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들도 나온다. 신탁사의 정비사업 단독 진행은 지난 2016년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에 따라 가능해졌다.

신탁사 관계자는 “신탁사가 정비사업에 진출한 기간은 이제 약 7년에 불과해 성공 여부를 떠나 지금은 사업 완료 사례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며 그러나 “기존 조합방식의 정비사업 대비 신탁방식의 이점이 확실해 신탁방식을 선택하는 사업지가 많아지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그만큼 성공 케이스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준위 관계자도 “아직은 도입된 지 얼마 안 됐지만, 최근 신탁방식 정비사업에 대해 힘을 실어주는 내용으로 개정안(신탁사가 정비구역 지정을 제안할 수 있고, 통합계획 수립으로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법적 근거 조항)이 심사를 앞두고 있고, 2~3년 더 지나고 나면 성공 사례도 좀 더 나올 것이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신탁방식이 트렌드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김슬기 기자 seulgi114441@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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