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화 내수시장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 촉진
업계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진 행보” 탄식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은행지주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TF를 거쳐 마련한 개선방안에 대해 은행지주회장들과 논의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2023년 7월 6일 16:1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5대 시중은행 중심으로 굳어진 은행권 과점 체제를 깨기 위해 신규 은행 인가 허들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시장 내 플레이어 숫자를 늘려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을 꾀하겠다는 청사진인데, 정작 업계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를 지향하는 글로벌 트렌드에 반하는 행보라며 냉담한 반응이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앞으로 은행 산업을 ‘경합 시장’으로 전환하기 위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을 적극적으로 촉진할 방침이다.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은행권 과점 체제가 이자 장사에만 치중하는 폐해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 금융위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긴 시간 구조개선 방안을 논의한 끝에 내린 조처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번 개선방안에 대해 “공정하고 실효성 있는 경쟁 도입이 핵심”이라며 “금융지주사 제도 개선, 디지털경제로의 전환, 금융혁신 노력 등과 조화롭게 추진되면 우리 금융산업은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글로벌 트렌드에 뒤처진 행보라며 싸늘한 시선을 보낸다. 금융산업의 글로벌 진출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계 유수의 은행과 경쟁할 수 있는 ‘한국형 메가뱅크’의 육성이 시급하다는 게 공통된 목소리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등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권 안에 들지만, 글로벌 브랜드 가치평가 기관 ‘브랜드 파이낸스’가 매긴 세계은행 순위에서 100위권 안에 든 우리나라 은행은 72위에 그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74위), 하나은행(94위) 등 3곳에 불과하다.

금융회사들이 생존을 위한 덩치 키우기에 여념 없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이를 뒷받침하지 않고 오히려 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옆 나라 일본의 경우,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여파로 상업은행이 10년간 손실을 보자 공적자금 투입과 구조조정을 추진했고, 수익성이 회복되기 시작한 2005년 즈음 메가뱅크 전략을 추진했다.

이후 일본 은행 산업은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미쓰비시 등 3대 메가뱅크 체제로 재편됐다. 3대 메가뱅크는 장기불황으로 위축돼있는 국내 경제를 고려해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예대 업무 중심에서 수수료 수익 제고를 중심을 중점과제로 추진하며 견조한 성장을 이뤘고 미쓰비시 그룹은 현재 세계 5위 은행으로 자리매김해있다.

올 초 금융당국에서 은행권 구조개선을 화두로 올렸을 때만 해도 카드사, 보험사, 증권사 등도 ‘통장’을 발급할 수 있게 하는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 허용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면서 ‘삼성은행’, ‘한화은행’과 같은 한국형 메가뱅크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금융위는 시스템 안전성 문제를 우려한 한국은행의 반대를 넘지 못하고 이번 개선방안에서 비은행권 지급결제업무와 관련해 “신중하게 살펴보겠다”라고만 언급하며 사실상 유보했다.

아울러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이 무산된 것도 아쉽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앞서 은행은 총이익 중 94.3%가 이자이익에 편중된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핵심 방안으로 금융당국 TF에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했으나 최종 개선방안에서 제외됐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친 국내은행들은 구조조정, 인수합병 등 힘겨운 과정을 거쳐 현재 우량은행 중심 체제를 갖추게 됐다. 이젠 위축된 국내 금융시장을 넘어 해외로 영역을 넓히고 수수료 수익을 끌어올리는 게 중점 과제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에 공감하며 지난해 ‘금융판 BTS’ 육성 지원을 외쳤던 금융당국이 태세를 바꿔 포화 상태의 내수시장서 무한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하며 “(금융위원장이) 한국 금융회사들이 글로벌 플레이어로 발전하길 원한다고 했는데, 정작 필요한 지원책들은 흐지부지돼 아쉽다”고 토로했다.

한편 금융당국 TF가 전날 발표한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방안’에는 은행업 신규 인가를 상시 개방 체제로 바꾸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신규 은행 설립은 사실상 금융당국이 구체적인 인가방침을 발표한 이후에나 가능했다. 금융위는 앞으로 충분한 자금력과 실현 가능한 사업계획을 세운 곳이라면 언제든 인가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또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허용키로 했다. DGB대구은행은 시중은행으로의 전환 추진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금융위는 정식 신청이 들어오는 대로 전환 요건에 대한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지난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의 새 시중은행 등장이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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