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느슨한 해지율 가정 아닌 한 수익성 낮아”
한화 “상품 따라 달라…전분기 대비 높아보일 뿐”

‘뻥튀기’ 장래이익 산출 논란이 생명보험사까지 번질 기세다.

같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두고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보험계약마진(CSM) 산출이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두 회사 중 한 곳은 최적 가정에 실패, 장래이익을 감추거나 부풀렸다는 의미다.

단기납 종신은 보험료 납입기간을 5년, 7년 등으로 줄인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의 규제로 판매가 막혔지만, 실상 7·8월까지 이어진 절판마케팅 물량은 3분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계리가정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2023년 8월 23일 14:23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3일 대한금융신문이 IR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2분기 삼성생명이 벌어들인 사망보험(종신보험 등)의 월납환산초회보험료는 54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68.8%(220억원) 증가했다.

반면 사망보험 신규매출서 비롯된 신계약 CSM은 616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32.5%(1520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계약 CSM 산출에 적용된 사망보험 배수가 11.4배로 직전분기(14.6배)보다 크게 낮아진 영향이다.

그 이유로 삼성생명은 단기납 종신보험을 짚었다. 신계약 CSM은 신규 매출에서 수익성이 높은 상품에는 더 큰 배수를 적용하고 낮은 상품이면 상대적으로 낮은 배수를 적용해 산출한다. 

지난 14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삼성생명은 “일반종신보험이 2000~3000%(20~30배)라면 단기납 종신보험은 800~900%(8~9배) 수준”이라고 CSM배수를 언급한 바 있다. 삼성생명의 계리가정에서는 단기납 종신이 수익성에 상대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보험금을 지급해야 할 시점 대비 보험료 유입이 빠르다보니 자산운용상 이점은 있겠지만, 완납 시점이 지나면 높은 환급률로 인해 해지가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완납 후 해지율 가정을 느슨하게 하지 않는 한 수익성이 좋다고 볼 수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단기납 종신보험이 CSM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삼성생명 2분기 실적발표 자료 발췌.)
삼성생명은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단기납 종신보험이 CSM 확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힌 바 있다.(삼성생명 2분기 실적발표 자료 발췌.)

이와 반대로 한화생명은 단기납 종신이 CSM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실적에 반영했다. 실제 한화생명의 2분기 사망보험 월납환산초회보험료는 450억원으로 전분기대비 2.4배(260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망보험 신계약 CSM도 1910억원에서 5140억원으로 2.6배(3230억원)까지 늘어났다.

사망보험 배수가 10.0배에서 11.4배로 오른 영향이다. 신규 매출 상승효과가 고스란히 CSM에 꽂힌 것이다. 2분기 내내 단기납 종신 판매에 매진한 한화생명이다. CSM 배수가 상승했다는 건 일반 종신보험 대비 높은 수익성을 가졌다는 계리가정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된다.

이에 대해 한화생명 관계자는 “1분기에는 표준형 장기납 종신보험, 2분기에는 저해지 단기납 종신보험이 많이 판매됐다. 각 상품은 특성에 따라 CSM 수익성이 다르기 때문에 CSM배수 역시 상품 판매 포트폴리오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동일한 상품을 두고 양사의 계리가정이 극단적으로 갈렸다는 점이다. 한화생명이 2분기 사용한 계리가정이 3분기 실적까지 적용될 경우 2~3분기에 판매한 사망보험의 신계약 CSM 유입은 1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삼성생명의 계리가정이 맞다면 추후 한화생명 사망보험 CSM 상승분의 절반 가까이가 예실차 손실로 단번에 손익에 반영될 수 있다. 금감원이 예실차가 급격히 벌어지는 상황을 경계하는 것도 회계 신뢰성을 해치는 가정이 회사 입맛대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손의료보험과 무·저해지보험의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이 나온 것도 회사별 계리가정이 ‘최적’이 아닌 회사의 이익만 대변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경우도 단기납 종신을 대하는 양사의 매출 전략이 계리가정에 반영된 결과로 본다”라고 말했다.

한편 동양생명이 올해 2분기 사망보험 CSM 산출에 사용한 CSM배수는 10.0배로 전분기(10.7배)보다 소폭 하락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단기납 종신에 사용된 CSM배수가 7~9배로 일반 종신(15~19배)대비 낮다”라며 “삼성생명과 유사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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