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횡성 청태산, 인공조림으로 숲 복원된 산
잣나무·전나무·낙엽송 등 침엽수 등 많이 심어

강원도 횡성에 있는 청태산자연휴양림에는 ‘다람쥐 잣나무’가 많다. 인공조림으로 조성된 잣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다람쥐들이 식량으로 모아둔 잣에서 싹이 터 성장한 잣나무다.
강원도 횡성에 있는 청태산자연휴양림에는 ‘다람쥐 잣나무’가 많다. 인공조림으로 조성된 잣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사진은 다람쥐들이 식량으로 모아둔 잣에서 싹이 터 성장한 잣나무다.

50~60년 전까지 강원도 횡성의 청태산은 화전민들이 화전을 일구며 살아가던 산촌이었다. 어디 청태산 한 곳만 그랬겠는가. 농사지을 땅을 찾아 전국을 찾아 헤매던 빈농들은 비탈이어도 괭이를 들이댈 땅만 있으면 화전으로 호구지책을 대신해야 했던 시절엔 전국의 산지가 그랬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청태산이 지금은 잣나무와 전나무, 낙엽송이 빽빽이 들어찬 숲으로 변해있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 산림녹화 작업의 하나로 당시 정부는 이곳을 국유림 시범단지로 지정하고 본격 조림에 나섰다.

그 결과 청태산의 숲은 85%의 인공림과 15%의 자연림이 조화를 이룬 산이 됐다. 말이 85%이지, 당시의 청태산은 벌거숭이 민둥산 수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런 산이 지금은 온냉대 수림으로 가득 채워진 숲이 됐으니, 50년의 산림녹화 정책의 공을 이 산에서 우리는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조림한 잣나무와 낙엽송, 전나무 숲은 지난 1993년 개장한 청태산 자연휴양림의 모태가 됐다.
 
잣나무는 대표적인 음수다. 그늘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큰 나무 밑에서 싹을 틔우고 돋아나는 잣나무를 청태산에선 자주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이 나무도 자라면서 햇볕을 좋아하는 양수로 바뀌지만, 충분히 자라기 전까지는 햇볕을 크게 탐하지 않는다. 같은 침엽수지만 대표적인 양수인 소나무와 크게 비교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소나무는 어려서도 그렇고 큰 나무로 성장해서도 양지만을 탐한다.
 
그래서 사람이 개입하지 않으면 소나무 숲은 참나무 등의 활엽수가 자연스럽게 숲에 들어와 서서히 소나무를 숲에서 퇴출시킨다. 따라서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소나무 숲은 모두 사람이 개입해서 조정하고 있는 숲이라고 보면 된다.
 
잣나무는 씨앗으로 자란다. 보통 12년까지는 열매를 맺지 않고 성장에만 집중한다. 그리고 열매를 제법 맺는 것은 20년 정도 지나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바위나 돌담 밑에는 다람쥐와 청솔모 등이 잣이나 도토리 밤 등을 숨겨놓은 장소가 있다. 사진도 그런 잣에서 싹이 트고 있는 어린 ‘다람쥐잣나무’다. 싹이 나오면서 외피를 벗기고 있는 과정이다.
바위나 돌담 밑에는 다람쥐와 청솔모 등이 잣이나 도토리 밤 등을 숨겨놓은 장소가 있다. 사진도 그런 잣에서 싹이 트고 있는 어린 ‘다람쥐잣나무’다. 싹이 나오면서 외피를 벗기고 있는 과정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잣(열매)은 2년생 열매다. 4월경에 핀 꽃은 바람의 도움으로 가루받이를 하고 열매를 맺게 된다. 모양은 소나무 열매와 같지만, 크기가 차원이 다르다. 2년생 열매의 크기는 솔방울보다 세 배 이상 차이가 난다. 2년 된 잣송이 하나에는 100개 정도의 잣이 들어 있다.
 
이 잣을 가장 좋아하는 동물은 다람쥐와 청솔모 등이다. 겨울잠을 자기 위해 이들 동물은 도토리와 밤, 잣 등을 자기들의 비밀 창고에 묻어둔다. 그런데 저장한 장소를 잊어버린 경우가 자주 발생하게 되는데, 그런 열매들은 이듬해 싹을 틔워 새로운 생명으로 숲에 등장하게 된다. 이런 나무를 흔히 ‘다람쥐잣나무’라고 부른다.
 
청태산에는 이런 ‘다람쥐잣나무’가 많다. 그래서 자연휴양림 측에서 영양 조건이 좋지 않은 바위와 돌담 주변에서 자라는 어린 잣나무를 양지바른 곳으로 옮겨 심어주기도 한다.
 
잣나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다. 영문 이름(코리언 파인)에 우리 국호가 들어가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시대부터 사람들은 잣나무를 많이 심었다. 유교 이데올로기에서 잣나무와 소나무는 고고한 선비의 표상이었다. 따라서 조선왕조실록에도 여러 차례 잣나무 식재에 관한 기사가 등장한다.
 
특히 잣나무는 향기가 좋을뿐더러 틀어짐이나 수축과 팽창이 상대적으로 적다. 게다가 가벼워서 건축 및 토목재로 많이 쓰였다. 또한 가구재로도 사용됐다.
 
일례로 팔만대장경판을 보관하는 수다라장 기둥의 일부는 잣나무다. 전국에서 잣나무를 확인할 수 있는데, 북쪽은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라고, 남쪽은 설악산과 지리산 등 제법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잣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남쪽은 해발 1000m 정도, 중부지역은 250m 정도 되면 잣나무를 찾을 수 있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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