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5월, 테슬라모터스의 CEO 일론 머스크는 엔비디아 그래픽 프로세스 콘퍼런스에 참석해 “사람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해서 미래에는 운전자가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자사의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가 멀지 않았음을 세상에 알렸다.

이후 무인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던 구글과 애플은 물론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GM, 현대자동차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 제작사는 앞다퉈 자율주행자동차의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2020년 정부 차원의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목표를 내놨다.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레벨3 자율주행시스템의 안전기준을 2019년에 세계최초로 제정했다. 또 이듬해에는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에 대비해 자율주행자동차사고 발생 시 신속하게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을 정립, 자율주행자동차 운행 이전 및 이후 단계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이미 마련해 뒀다.

아울러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 설치 근거도 마련해 정부 차원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원인을 규명하고 자율주행자동차사고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입법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 상용화된 자율주행자동차가 없다. 이같은 상용화 지연의 가장 큰 이유는 만에 하나 발생할지도 모르는 사고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는 자율주행 중 사고 책임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아직까지 레벨4 자율주행 기술 수준인 도로표지판을 읽고 교통신호를 대응하며 회전교차로를 능숙하게 통과할 수 있는 기능들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 작동 중 사고발생 시 자동차제작사의 책임이라고 볼 수 있는 범위는 어떻게 마련되어야 할까?

우선 자율주행자동차의 가해 사고 중 법적으로 명확한 사안만 본다면 세 가지 위반 사고로 그 유형을 구분할 수 있다.

첫째, 도로교통법상 교통사고처리특례법에 속하는 사고, 일명 12대 중과실사고이라고 말하는 법규 위반 사고 유형이다. 그중 음주운전이나 무면허운전을 제외한 신호위반, 중앙선침범, 속도위반 사고 등이 포함된다.

두번째는 자동차제작사가 정한 자율주행자동차의 운행가능영역 즉, 사용자 매뉴얼에 명시한 내용을 위반한 사고이다. 이는 자율주행자동차 스스로 운행가능한 영역(ODD, Operational Design Domain) 또는 조건을 설정하고 주행 중에 운행가능 여부를 판단, 자율주행작동이 불가한 경우 운전자에게 수동 운전을 하도록 전환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자동차안전기준에 대한 불만족이 포함되는 사고유형이다. 자율주행시스템 안전기준을 보면 자율주행 작동 중에 선행 차량과 좌·우 차선을 인지하고 적정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 차로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또 주행차로 좌·우 주변 차량을 인식해 끼어들기 상황이 발생하면 적절한 조치를 자율주행자동차 스스로 해야 한다.

만약 정상적으로 주행 중인 선행 차량을 이유 없이 추돌하거나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며 끼어드는 차량과의 사고가 발생한다면 이는 자율주행자동차의 과실이라고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명백한 과실에 대한 사고는 자율주행 제조사나 정부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내용일 것이다. 아마도 레벨3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에서 논쟁이 되는 것은 대부분 자율주행 중 ‘운전 제어권 전환 상황’이나 ‘자율주행 작동 중이라는 시간적 정의’에서 발생할 소지가 크다

지금까지 자동차의 편의성과 안전성 기술은 운전자와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따라 개발되어 왔다.

자동차 사고 예방 및 경감을 위해 운전자에게 ACC, AEBS, LDWS 등 보조운전장치가 필요하다. 어쩌면 스스로 주행이 가능한 자율주행자동차에게도 역설적으로 전방주시를 하며 위험상황에서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운전자의 보조역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자율주행 기술의 성능 향상과 한계 돌파를 위해서는 사고책임이라는 장벽을 높이기보다 기술에 대한 경험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Hands-Off + Eyes-On’의 레벨2+ 자율주행자동차가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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