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안소윤 기자
금융부 안소윤 기자

‘서민 주머니 털어 돈 잔치’, ‘땅 짚고 헤엄치기 식 장사’, ‘금융 카르텔의 온상’.

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 중인 은행권을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극심한 경기침체에도 이자 장사로 쉽게 돈 벌며 제 식구 배 불리기에만 주력했다는 비판이다.

은행은 예대차익으로만 창출해낸 수익이 아니라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하지만 갈수록 벌어지는 대출금리와 예금금리 간극은 여론의 반응을 더욱 냉담케 한다.

은행연합회가 운영하는 소비자 포털에선 매월 말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가 이뤄진다. 금융위원회가 ‘친(親)소비자 금융’을 강조하며 은행의 막대한 이자수익을 저격한 윤석열 대통령의 입맛에 맞춰 지난해 8월 신설한 항목이다.

5대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의 지난 8월 신규 취급액 기준 가계 예대금리차는 0.936%포인트다. △6월 0.928%포인트 △7월 0.934%포인트에서 세 달 연속 증가세다.

여론의 눈치를 연신 살피는 은행도 정작 예대금리차를 줄일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수신 출혈경쟁을 자제하고, 가계부채를 줄이라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좋은 핑곗거리가 돼서일까.

금융위는 최근 금융권의 과도한 수신 경쟁에 우려를 표하면서 은행에 자금 쏠림현상 등 불안요소가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뱁새(저축은행)가 황새(은행)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 않도록 사정을 봐주란 얘기다.

대출금리 인상 환경도 조성했다. 은행은 은행채 발행 조치 완화 및 주담대 증가폭 감소 주문에 따라 가산금리를 올리거나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앞다퉈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경기 불황 속에서 은행이 막대한 이자수익을 벌고 있다며 공시로 까발렸던 금융당국이다. 이제는 수신 금리경쟁은 막고 대출금리 인상을 유인하니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금융당국은 국내 은행의 예대마진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높지 않다며 옹호하는 스탠스를 보였다.

그러다 정부의 ‘은행 독과점 폐해’ 언급에 돌연 예대금리차 줄 세우기로 쉽게 돈 버는 나쁜 은행이란 프레임을 키우더니, 지금은 은행을 여론 욕받이 방패막이 삼고선 인위적인 금리 조정으로 시장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며 딴말이다.

은행이 예대마진을 키우는 건 소비자를 피 말리게 하는 거고, 당국이 유도하는 건 온전히 소비자를 위한 것이니 괜찮다는 건 내로남불이다. 이제는 줏대 있는 길을 걸어주길 바란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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