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발행액 줄며 자금조달 애로
수수료 또는 운용수익도 빨간불

‘H' 공포에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발길이 뜸해졌다. 증권사는 자금조달이 위축될까 노심초사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증권사가 상환한 ELS 금액은 3조421억원으로 전달 4조590억원 보다 1조169억원(25.1%)나 감소했다.

상환뿐 아니라 발행금액도 위축됐다. 지난달 증권사의 ELS 발행금액은 2조7755억원으로 전달 대비 1449억원(5.0%) 감소했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하고 이에 따른 원금 손실 우려가 커지자 신규 수요가 줄어든 영향이다. 

특히 지난 2020년 말부터 2021년 초에 판매한 홍콩H지수(HSCEI)의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에 머물러 있어 만기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증권사의 자금조달에 빨간 불이 켜질 전망이다. 

ELS는 증권사의 대표적인 자금조달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ELS의 헤지 자산에 채권이 대량으로 편입된 만큼 채권시장 수급이 악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ELS 등 파생결합증권 발행자금 헤지 자산의 80.9%가 채권이었고 채권자산 중 91.5%가 국내 채권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는 투자자가 재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대량의 손실이 발생하고 나면 고객들이 더 이상 투자를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며 “증권사의 자금조달은 물론 해당 금액만큼의 채권 수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손익 악화도 불가피하다. 발행 수수료가 줄어드는 것뿐만 아니라 운용 손익에도 직격탄을 맞게 된다.

최근 문제가 되는 홍콩H지수 ELS는 증권사가 판매할 당시 자체 헤지를 늘리는 추세였다. 기존에는 해외지수를 추종하는 ELS를 발행할 때 자체 헤지(위험 회피)하기보다는 외국계 IB와 백투백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증권사들이 헤지 역량이나 경험치가 쌓이다 보니 자체 헤지를 늘렸다"며 "단순히 수수료만 얻기보다 자체 헤지로 헤지 운용이익을 키울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홍콩H지수는 연초 이후 장기 하락 추세가 진행 중이고 지금은 중장기 이평선들이 모두 저항인 상황”이라며 “더구나 지금은 완만하나마 하락 추세가 진행 중으로 아직 바닥도 확인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내년 1분기부터 발생할 홍콩H지수의 만기 상환은 수익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0일 기준 홍콩H지수는 5857.54로 장을 마감했다. 2021년 2월17일 1만2228.63로 고점을 찍은 뒤 내리막길을 걸었다. 2년 9개월 전의 고점과 비교하면 이날 지수는 반토막보다 더 내렸다.


대한금융신문 유정화 기자 uzhwa@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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