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에 한 달 매실막걸리 양조, 15만병 판매
명절선물 중심에서 지역특산주로 전환 준비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주가는 지역의 특산물로 술을 빚고 있다. 매실막걸리는 축제기간 동안 15만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사진은 최창석 대표가 양조장에서 만들고 있는 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남 광양에 있는 백운주가는 지역의 특산물로 술을 빚고 있다. 매실막걸리는 축제기간 동안 15만병이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끄는 상품이다. 사진은 최창석 대표가 양조장에서 만들고 있는 술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남 광양은 매실의 고장이다. 3월이면 여지없이 봄을 알리는 상춘의 매화축제가 열리는 곳이다. 한 해에 대략 7000톤(ton) 안팎의 매실을 수확한다. 전국 생산량의 23% 정도가 이곳에서 나오니 대표적인 매실 산지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이곳에서 1년에 한 달 정도만 매실로 막걸리를 빚는 양조장이 있다. 백운주가(대표 최창석)다. 이때 만든 막걸리는 거의 전부 매화축제 기간에 판매된다. 축제 기간 열흘 동안 대략 15만병 정도가 판매된다고 하니 엄청난 규모가 아닐 수 없다. 축제장에서 소비되는 것은 물론 선물용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알코올 도수는 7도, 그리고 멥쌀로 빚는다. 20일가량 발효 숙성한 막걸리는 최 대표의 말처럼 “새콤달콤한 맛”을 지녔다. 이 맛이 자랑스러워서일까, 그는 “누구나 매실막걸리를 생각하면서 만들고자 시작하지만, 잘 만들기 힘든 것이 매실막걸리”라고 말한다. 적절하게 산미와 감미의 균형감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의 막걸리에는 황매와 청매를 가리지 않는다고 한다. 남도 전통주품평회에서 2011년부터 연속 5년 동안 살균막걸리 부문 최우수상을 받은 것을 보면 대중적으로 맛도 인정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잘 나가는 막걸리를 최 대표는 1년에 한 번 양조한다. 그리고 모자라는 경우만 한 번 더 빚는다고 한다. 그것도 외부 유통은 전혀 하지 않고 간혹 양조장으로 술을 찾는 사람들이 있어 광양에 있는 하나로마트 한 곳에만 술을 납품한다고 한다.

백운주가의 매실막걸리는 멥쌀로 빚으며 발효와 숙성에 한 달 정도 걸리는 술이다. 사진은 생산한 막걸리를 병입하는 장면이다. 살균 처리해 판매하는 이 막걸리의 가격은 6000원이다.
백운주가의 매실막걸리는 멥쌀로 빚으며 발효와 숙성에 한 달 정도 걸리는 술이다. 사진은 생산한 막걸리를 병입하는 장면이다. 살균 처리해 판매하는 이 막걸리의 가격은 6000원이다.

그렇다면 1년 중 열한 달은 노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가 주력으로 생산하는 술은 ‘선물세트용’ 술들이다. 증류주와 약주와 침출주, 그 종류도 다양하다. 술도가의 면모가 갖춰지면서 유통 채널을 통해 납품하던 술들이라 쉽게 정리하지 못하고 지금도 명절용 술들을 만들고 있다고 한다.

홍삼과 인삼, 송이, 영지 등의 건강식품은 물론이고 블루베리와 오디, 그리고 복분자 등의 지역 농산물을 약주로 발효시켜 납품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만든 술들은 전라남도 주류품평회에서 거의 매번 상을 받고 있다. 사무실 한편이 그동안 받은 상으로 가득 채워져 있을 정도니, 상복은 타고 난 양조장인 듯하다.

특히 복분자의 경우는 여타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복분자주와 확실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그래서 그동안 가장 상을 많이 받았다는 것이 최 대표의 설명이다. 광양에서 생산하고 있는 복분자는 주로 백운산 서편 자락인 봉강면에서 재배되고 있다.

지난 2007년 산림청의 지원을 받아 토종 복분자가 심어졌는데, 개량형 복분자에 비해 알은 작으나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이 복분자를 완전히 익지 않았을 때 수확해서 술을 담그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술은 산미와 감미가 잘 어우러진 맛을 낸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만드는 모든 술에 만족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물세트로 만드는 술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줄이면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술들을 하나씩 늘려가고 싶다는 것이 그의 계획이다.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서 잘 팔리고 있는 술들을 바로 단종시킬 수는 없지만, 지역의 부재료로 이야기를 담아낸 술들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다.

그 시작이 올해 첫선을 보였던 ‘별헤주1941’이다. 광양 망덕포구에 있는 정병옥 박사 집에서 발견된 윤동주 시인의 유고시집. 이것이 스토리의 출발이다. 이 시집이 잘 보관됐기에 우리는 해방 이후 그의 시를 만날 수 있게 됐다. 그래서 최 대표는 윤동주 시인에게 헌정하는 마음으로 ‘별헤주’라는 이름을 붙인 술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아직 이 술은 완성작이 아니다. 본격 출시를 미룬 까닭도 그 때문이다. 제대로 자기 손으로 증류한 술을 담아내고 싶어서다. 여기에 최근 광양에서 재배가 늘고 있는 돌배와 매실을 각각 침출시킨 뒤 다시 재증류한 술도 계획하고 있다. 향과 맛을 침출한 뒤 다시 증류하는 까닭은 증류주로서의 풍미를 더 보태 고급화한 상품을 만들기 위함이다. 백운주가의 내일은 모두 증류주에서 출발할 기세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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