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의 리포트가 여전히 ‘매수’ 일색인 것으로 나타났다.

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 해 국내 증권사 33곳 중 23곳의 투자 등급 매수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나머지 10곳의 투자 등급 비율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그 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투자 의견 ‘중립’ 비중은 5~15% 정도였고, ‘매도’ 의견을 낸 리포트는 0에 수렴했다. 

그나마 신영증권이 1.4%의 매도 의견을 냈고 미래에셋증권, 유진투자증권이 각각 0.6%, 하나증권이 0.5%의 매도 리포트를 내놨다.   

국내 증권사의 매수 리포트 쏠림 현상은 해외 증권사와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국내에 지점을 주고 있는 외국계 증권사를 보면 같은 기간 기준 UBS증권이 매도 의견 비율 39.9%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CLSA증권(26.5%) △메릴린치증권(22.8%) △골드만삭스증권(16.7%) △모간스탠리증권(16.4%) △노무라금융투자(15.6%) △JP모건증권(13.0%) 순이다.

국내 증권사가 매수만 외치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외국계증권사의 고객 중에는 롱숏 포지션을 자유롭게 구사하는 사모펀드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충분하다”라며 “반면 국내 증권사의 주요 고객인 기관의 경우 롱 위주의 전략이 대부분이라 매도 리포트에 대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역시 하나의 고객이라 중립 리포트를 내는 경우가 많다”며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 투심이 크게 악화한다는 것을 우려해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증권사 리서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에서는 애널리스트의 성과평가, 독립 리서치 제도의 도입, 커버리지 내 의견 분포 권고 등의 방안이 제시됐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논의 사항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업계에서는 현 국내 증시는 공매도를 잠정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롱숏전략을 지속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매도 리포트를 많이 내기 위해서는 롱숏펀드 활성화 등 시장에서 매도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를 증가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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