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처분익서 고유 준비금 뺀 결과
생보 ‘한화’ 손보 ‘KB’ 여력 낮아

202024년 1월 11일 15:24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법 개정으로 미실현손익 상계가 가능해지면서 배당여력이 확보된 보험사다. 하지만 여전히 배당재원 확보의 암초는 해약환급금준비금(이하 해약준비금)이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연말 결산배당을 앞두고 해약준비금 규모에 따라 보험사의 배당 여력이 극명하다.

상법상 배당가능이익은 순자산에서 자본금, 법정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해 정한다. 결국 자본총계에서 자본금 및 법정준비금을 차감한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배당여력을 엿볼 수 있는 기본 곳간이라는 게 회계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생명보험 빅3(삼성·한화·교보)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미처분이익잉여금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이 12조3246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교보생명 5조805억원, 한화생명 4조9601억원 순이다. 

변수는 보험사만 자본의 사외유출 방지를 위해 법정준비금화 된 해약준비금과 재무건전성준비금이다. 3개사 중에서는 한화생명만 지난해 3분기까지 2조8396억원, 9685억원이 각각 발생했다. 

이와 함께 배당가능이익 차감항목인 신종자본증권 발행액에 대한 배당(이자)을 빼면 한화생명의 배당여력은 1조1520억원까지 떨어진다.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해약준비금과 재무건전성준비금이 차지하는 비중만 80%에 육박하는 셈이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원가→시가’로 부채 평가방식이 바뀌며 자본량이 경쟁사 대비 크게 줄었다.

여기에 해약준비금이나 재무건전성준비금이 크다는 건 여전히 원가부채가 시가부채를 크게 웃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사의 시가부채 평가에 사용하도록 한 할인율이 높았던 탓에 이들 준비금이 급격하게 커졌다.

대형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3개사(삼성·DB·KB)가 분기보고서를 통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을 공시하고 있다. 

미처분이익잉여금 규모는 지난해 3분기 기준 DB손보가 2조852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KB손보 2조6011억원, 삼성화재 1조9448억원 순이다.

이들 3개사의 해약준비금 규모는 DB손보 2조2673억원, KB손보 2조7441억원, 삼성화재 9168억원 등이다. 미처분이익잉여금에서 해약준비금을 제하면 KB손보의 경우 미처분이익잉여금보다 해약준비금이 더 많은 마이너스 상태가 된다. 

손보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에 배당가능이익 차감 대상이 아닌 비상위험준비금 등 임의적립금이 빠져있다. 결국 일부 손보사의 경우 해약준비금으로 인해 감소한 배당여력을 확보하려 자본을 일부 헐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지난해 11월 메리츠금융지주는 주주환원을 위해 약 2조1500억원 규모의 자본준비금 감액 안건을 통과시켰다.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3분기 미처분이익잉여금은 1조2430억원이었다. 해약준비금(1조63억원)을 제외할 시 배당재원 확보를 위해 자본준비금 감액이 필요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풀이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미처분이익잉여금서 해약준비금을 제하는 것만으로는 배당여력을 완벽히 설명할 수 없다. 4분기 실적도 남아있고, 변수도 다양해 당연히 실질 배당가능이익과 격차가 크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만 지난해부터 배당가능이익에서 제외할 해약준비금 규모가 상당하다. 단순히 상법 개정으로 인해 배당여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달 19일 보험사가 배당가능이익을 산정할 때 미실현이익과 미실현손실을 예외적으로 상계할 수 있도록 하는 상법 시행령을 공포·시행했다.

기존 상법을 적용하면 보험사는 미실현이익이 나도 순이익만 증가할 뿐 배당가능이익은 줄어든다. 미실현손실이 나면 전체 순이익 감소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이 줄어드는 등 금리 등락과 관련 없이 보험사가 배당할 수 있는 재원이 줄어들 수 있었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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