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보, 위수탁계약서에 명시
금감원 실태평가 신경 쓰느라
분쟁·민원처리 등 외부 떠넘겨


<편집자주> 보험사가 손해사정사에게 ‘갑질’하지 못하도록 막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여전히 보험사에서는 손해사정 고유의 업무와 무관한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해 공정한 보험금 평가를 훼손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금융신문은 지난해 보험사와 손해사정법인간 체결한 위·수탁계약서를 살펴봤다.


2024년 1월 18일 09:4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해 한화손해보험과 한 손해사정법인이 체결한 위·수탁계약서에 따르면 보험계약자, 피보험자, 보험금청구권자, 보험금수익권자 등 또는 제3자로부터 민원 또는 소송이 발생할 경우 모든 손해(변호사 보수 등 소송비용 포함)를 손사법인이 배상<표 참고>해야 한다.

이는 보험사-손사법인간 민원 및 소송발생 예방활동에 포함된 조항 일부다. 

여기에는 △업무 수행에 있어 민원이나 소송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다할 것 △수탁자(손사법인)은 민원이나 소송 등 발생 시 자신의 부담으로 신속한 해결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 등도 함께 담겼다.

민원 발생으로 인한 소송비용 및 처리과정 일체를 손사법인에 떠넘긴 것이다.

손해사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 및 소송에 대한 책임을 외부업체가 해결하라는 조항은 다른 보험사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삼성화재나 KB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의 경우 손해사정과정에서 분쟁이 예상되거나 민원 제기 등의 우려가 있을 경우 지체 없이 알리도록 하는 게 전부다. 

손사법인 내 임원을 민원 건의 최종책임자로 지정해 ‘밀착 관리’한다거나 분쟁 발생 경위와 문제점, 재발방지대책 등을 통보하라고 식이다.

정당한 손해사정 과정이 아닐 경우 손사법인이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의무다. 하지만 조사자 입장에서는 민원 발생에 대한 책임소지를 신경 쓰느라 민원인의 요구에 매몰될 수 있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식의 정당하지 못한 손해사정을 통한 보험금 지급은 결국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보험료에서 비롯된다.

이에 대해 한화손보 관계자는 “수탁사 업무수행시 고객보호등을 위한 선관주의 의무를 다하게 하기 위한 규정으로 관련조항에 따른 배상청구는 없었다”라며 “이번 법 개정에 따라 계약서 전반에 법률검토 진행 중이며, 검토 이후 즉시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보험사가 금융감독원의 금융소비자실태평가 제도를 신경 쓰느라 민원 처리업무를 손사법인에 떠넘기고 있다고 본다.

특히 매월 말이면 계약자의 민원여부를 체크해 현장서 수습에 나서라는 지시도 빈번하다는 후문이다.

이 제도는 매년 민원건수, 민원증감률 등 민원·소송 관련사항을 중점 평가한다. 실태평가 결과에 따라 ‘우수-양호-보통-미흡-취약’ 등 다섯 개 단계를 부여해 일종의 낙인효과를 노린다.

평가대상 회사의 직전 3개년간 민원 추이나 소비자보호 노력 등을 보는데, ‘미흡’ 이하 등급을 받을 경우 경영진 면담이나 자체 개선계획 마련 등이 이뤄진다.

민원이 급증할 경우 실태평가를 재실시하는 경우도 있다. 민원평가 등급이 공시되는 만큼 영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대한금융신문 박영준 기자 ainjun@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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