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한 규제 완화

2024년 1월 29일 16:39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를 실시한지 반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사이 성사된 M&A는 전무했다.

규제 완화 당시에도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현시점 결과적으로 유명무실한 방안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29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금융위원회가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안을 마련한 이후 성사된 M&A 건수는 0건이다.

이 개정안은 저축은행업권 내 지역간 양극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마련된 것으로 비수도권 저축은행에 대해 동일 대주주의 저축은행 소유와 M&A를 일부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에도 업계에서는 해당 규제 완화에 대한 실효성의 의문이 제기됐다.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을뿐더러 규제 완화 수혜자인 비수도권 저축은행의 자본여력도 충분치 않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해당 규제안은 반년간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업황도 예년과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 저축은행 79개사는 총 1413억원의 순손실을 거뒀다. 직전분기 대비 453억원가량 적자폭이 늘었다.

연체율도 6.15%로 직전분기 대비 0.82%포인트 악화됐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6.40%로 0.79%포인트 상승했다.

당시 저축은행중앙회는 “부동산 시장 등 경기침체의 영향과 리스크 관리 강화의 필요성 증대 등으로 저축은행의 영업 여건은 단기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라고 내다봤다.

올해부터 금융감독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대출 부실사업장 정리 압박으로 저축은행 매물이 늘어나 M&A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지만 이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11월 우리금융그룹은 매물로 나온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를 철회했다. 당시 양측간 제시한 매각 및 인수가가 맞지 않고 업황과 PF대출 부실 규모 등을 고려할 때 득보다 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대주주 요건 미충족으로 매각이 불가피했고 우리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 확대 니즈가 컸다. 이에 따라 성사된 딜이었지만 업황이 받쳐주지 못했다.

매물 증가와 규제 완화보다 업황과 건전성이 개선돼야 저축은행의 M&A 수요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PF대출 부실사업장 정리 과정서 발생한 저축은행 매물이 매력적일지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M&A라는게 결국 업황과 규제, 매물 등 3박자가 모두 맞아야 활성화되는건데 현상황은 그렇지 않다”며 “정부 측과 업계가 원하고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 합이 맞지 않는 모양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과거 저축은행 업황이 좋았던 당시 M&A 규제가 완화됐다면 현상황과 달랐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저축은행 대주주변경·합병 등 인가기준 개정에 따라 지난해 7월부터 비수도권 저축은행들은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저축은행 소유·지배를 최대 4개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비수도권 저축은행 간에는 영업구역이 확대되는 합병을 허용키로 했다.

수도권 저축은행의 경우 적기시정조치(제재) 대상 저축은행에 한해 최대 4개까지 허용된다.

이전까지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영업구역에 대해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와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개 구역으로 구분하고, 영업구역 확대를 초래하는 동일 대주주의 3개 이상 저축은행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해왔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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