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몰아보기]
연 평균 360억원씩 감당했지만…
성장세 둔화·세무상 이익 악화 탓
방식 및 대형사 집중은 해결 과제

2024년 1월 30일 16:5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생명보험업계의 사회공헌사업 추진 협약의 출연금 달성이 어려워졌다. 업황 악화로 세무상 이익이 온전히 발생하지 않아 기금 출연 여력이 없던 탓이다.

생보사들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간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에 출연한 출연금은 6114억원으로 목표 출연액의 약 41%가 달성됐다.

오는 2026년을 기점으로 협약 체결 당시 목표 출연액은 1조5000억원이다. 목표 출연액을 채우려면 올해를 포함, 남은 3년간 총 9000억원을 더 출연해야 한다. 사실상 달성할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출연금 산정 논의가 시작된 2005년은 22개 생보사 중 20개사가 흑자를 시현하던 상황”이라며 “회사규모나 상장 여부 등을 고려할 때 사회공헌 재원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지만 신계약, 보유계약 건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등 생보업의 성장세가 둔화됐다”라고 설명했다.


상장차익 배분 대신 선택한 1.5조


해당 기금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생보사들은 기업공개(IPO)에 나서면서 발생할 상장차익을 보험계약자와 나누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 등과 첨예하게 대립했다.

보험산업 특성상 회사의 자산 대부분은 계약자의 보험료로 형성된다. 또 향후 발생할 리스크도 주주와 계약자가 공동으로 책임져 상장차익을 계약자와 나눠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의 입장이었다.

결과적으로 생보사는 향후 발생할 이익의 일부를 오는 2026년까지 20년간 취약계층을 위한 공익기금으로 출연할 것을 약속했다.

기금 조성에는 삼성생명과 교보생명, 한화생명(당시 대한생명) 등 20개 생보사가 참여했으며 현재 19개사가 참여 중이다.

다만 대부분의 생보사가 참여한 것과 달리 기금 출연은 대형사에 집중됐다.

현재 누적 출연금 중 절반 이상인 3925억원(64.2%)을 삼성생명이 출연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각각 1449억원(23.7%), 428억원(7.0%)을 출연했다. 전체 출연액의 95%가량을 3개사가 부담한 것이다.

업계는 오는 2026년까지 목표 출연금이 미달할 가능성에 대비해 협약 연장이나 신규 협약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특히 상위 3개사가 기금의 대부분을 출연하는 구조와 함께 세무상 이익으로 출연금을 결정하는 방식이 출연금의 변동성을 키운다는 점에서다.


업황 악화에 기금 조성 차질


당시 생보사들은 매년 출연금을 점증하는 방식으로 재원 조성이 가능할 것이라 내다봤다.

출연금 산정 논의가 시작된 2005년 당시 주식시장이 호황으로 변액보험 등 저축성보험 상품의 판매가 늘어나던 시기였다. 또 건강에 대한 관심 증대로 보장성보험도 판매가 늘며 생보사의 흑자 기조가 이어질 기대가 높았다.

그러나 저성장과 저출산, 저금리 상황에 직면하면서 성장세가 둔화됐다. 시장 환경이 악화됨에 따라 재원 조성에 무리가 따른 것이다.

생보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11조2400억원이던 보험영업손실은 2022년 21조8700억원으로 적자폭이 10조원 이상 늘었다. 신계약건수도 2900만건에서 1600만건으로 크게 감소하며 시장 축소를 맞았다.

다수의 생보사가 상장할 것으로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재까지 상장 생보사는 동양생명(2009년 10월), 한화생명(2010년 3월), 삼성생명(2010년 5월), 미래에셋생명(2015년 7월) 등 4개사 뿐이다. 증권시장 내 보험주식의 저평가 추세에 상장 메리트가 크지 않았던 탓이다.

협약 체결 당시 생보협회가 마련한 공익기금 조성 방안은 직전연도 세무상 이익에 따라 각사별로 출연하는 방식이었다. 회사 규모와 상장여부 등을 고려한 결정이다.

단 출연사의 경영·재무상황을 고려해 세무상 결손이 발생할 경우 당해연도 출연을 면제하기로 했다.

보험사는 회계상 이익과 달리 세무상으로는 결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세무 전문가의 견해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단기납’ 구조는 손금총액(비용)이 익금총액(수익)을 웃도는 결손 상태를 만든다.

지난 2022년까지 보험사의 회계제도(IFRS4) 하에서 장기간 걸쳐 납입할 보험료를 일시에 받을 경우 회계상으로는 당해년도에 전액 수익으로 잡힌다. 반면 과세표준상으로는 전체 납입기간으로 나눠지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업황 악화가 극심하던 코로나19 시기인 2021년과 2022년 생보업계 출연금은 각각 5억원, 32억원에 불과했는데 통상 연간 300억~400억원 규모로 출연되던 기금에 턱없이 미치지 못했다.

한편 생보사들이 사회공헌기금으로 출연한 금액은 생명보험사회공헌위원회로 적립된다. 적립된 금액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사회공헌위원회지정법인, 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 등 3개 기관에 배분된다.

구체적으로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는 1823억원이, 생명보험사회공헌기금으로는 1761억원이, 사회공헌위원회지정법인에는 2530억원이 각각 출연됐다.

대한금융신문 한지한 기자 gks7502@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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