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개설된 불법 계좌 1065건 적발
금감원 “안면인식 시스템 개선할 것”

은행에서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로 금융거래가 이뤄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적발됐다. 비대면 실명확인 절차에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5년간(2018년 8월∼작년 7월) 국내은행 17곳에서 사망자 명의 계좌 개설 1065건, 대출 실행 49건, 제신고 거래(계좌·인증서 비밀번호 변경 등) 6698건 등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망자 명의의 예금 인출 규모는 자료확인이 가능한 8개 은행 기준 총 34만6932건(6881억원)에 이르렀다.

거래 대부분은 고객 사망일과 은행이 고객 사망을 인지한 날(사망등록일)사이에 모바일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비대면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

금감원은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가족이나 지인 등이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의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과정에서 은행의 현행 비대면 실명(본인)확인 절차로는 명의자 본인 여부를 완벽히 확인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모바일뱅킹 이용 시 사망자의 신분증 사본과 기존 계좌를 활용하면 실명확인이 가능해 유가족이 사망자 명의 계좌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출 실행 역시 사망자 휴대전화와 해당 은행의 등록된 인증서 비밀번호 등만 확보할 경우 불가능하지 않다.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는 금융 질서를 어지럽히며, 금융소비자와 은행 모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행위다. 가족이나 지인 등 제3자가 적법한 위임절차 없이 △사망자 명의의 예금을 인출하거나 △대출을 일으켜 이를 편취하거나 △개설한 계좌를 금융사기 등에 이용하게 할 경우, 관련 법령(형법, 전자금융거래법 등)에 따라 처벌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금감원이 공개한 사례를 보면 친형 스마트폰을 이용해 비대면 대출 3000만원을 받아 가로챈 A씨에게 컴퓨터등사용사기죄가 적용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 선고된 바 있다.

은행으로서도 계좌 개설 과정에서 실명확인 소홀이 인정되면 ‘금융 실명’ 위반 등으로 제재 대상이 되거나, 예금 인출·대출 실행 이후 여타 상속인 등과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상속인이 사망자 명의 대출에 대해 채무 승계를 거절할 경우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은 유가족 등 금융소비자에게 사망자의 신분증·휴대전화 등이 유출·활용되지 않도록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은행권에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 실태를 자체 점검하도록 하는 등 관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 은행으로 하여금 사망자 명의 금융거래 관리실태를 자체 점검토록 해 미흡한 점은 개선토록 하는 등 감독을 강화할 것”이라며 “비대면 계좌 개설 시 은행 안면인식 시스템 도입 등 사망자 명의의 금융거래 차단을 위한 제도적 노력도 이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