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예속화·이익감소·산업간 불균형 심화

정부 일정에 따라 내년 4월부터 은행 등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자동차 및 보장성보험이 판매된다.

이로써 2003년 8월 제도시행 이후 5년여만에 보험시장이 전면 열리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산업의 은행집중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국내 방카슈랑스 도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사례에 비춰볼 때 속전속결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선진국이 금융업의 균형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평균 15년 정도의 순응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도입한 것과 차이를 보인다.

보험사의 반발에다 안착장치 없이 짧은 시간에 도입돼 이에 따른 부작용도 속출했다.

과열경쟁, 불완전판매, 대출이용 강압판매 등이 대표적으로 생명보험의 경우 제도시행 3년 만에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초회보험료 비중이 35%를 넘어섰다.

연금과 저축성보험만을 놓고 볼 때는 40%를 상회한다.

신계약 기준 불완전판매율은 13%로 설계사 채널에 비해 무려 23%에 달하며 대출과 연계된 계약도 전체 계약의 30%에 육박한다.

즉 은행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강압판매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보장성보험까지 은행 판매가 허용될 경우 그 문제는 더 심각해질 것이라는 게 보험 전문가의 중론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설계사의 전문교육 이수 등 보장성 상품은 전문적인 설계를 요하기 때문에 은행 창구에서 진단과 처방이 함께 이뤄져서는 문제가 된다"고 방카슈랑스 개방을 경계했다.

시장 추가 개방에 따른 설계사 대량 실직도 예견되고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보장성 상품 개방으로 은행의 무리한 가격인하 공세 등이 이뤄질 경우 설계사 45.5%(7만5000명)가 실직해 사회적 문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또 은행에 집중된 금융 산업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권 내 은행자산 비중은 1997년말 39%에서 2006년 71%(1394조)로 급성장했다.

반면 생명보험은 13%(266조), 종금?자산운용 등 유사은행 6%(116조), 증권 5%(93조), 손해보험 3%(56조) 등에 불과하다.

은행이 방카슈랑스 시행 3년 만에 연금, 저축보험시장의 43% 점유를 기록, 4단계 개방 땐 설계사 퇴출로 판매채널의 은행 예속화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문제점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은 보장성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미국 연방은행은 신용보험, 연금, 변액보험 이외의 보장성보험 판매를 금지하고 있으며 캐나다 또한 은행의 보험판매를 신용, 해외여행자보험에 한정하고 있다.

방카슈랑스가 잘 발달한 유럽은 은행의 보장성보험 판매가 2~3%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張勝鎬 기자>jsh@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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