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회문산, ‘100대 명산+’ 포함돼 등산객 붐벼
탁 트인 정상 조망 수준급, 지리산 연봉까지 보여

전북 순창과 임실에 있는 회문산은 남로당의 전북도당이 있던 곳이다. 빨치산의 교통호를 알리는 푯말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지금은 교통호의 흔적만 남았고, 그 자리는 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참나무들이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다.
전북 순창과 임실에 있는 회문산은 남로당의 전북도당이 있던 곳이다. 빨치산의 교통호를 알리는 푯말이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지금은 교통호의 흔적만 남았고, 그 자리는 산을 가득 메우고 있는 참나무들이 주인공 노릇을 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들은 이맘때가 되면 산불 예방을 이유로 입산 통제에 들어간다. 산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2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의 기간이다. 이렇게 큰 산들의 입산이 묶이면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봄을 느낄 수 있는 산을 찾아 나선다. 산수유와 매화가 봄을 재촉하는 이 계절엔 남쪽이 가장 먼저 붐빈다. 그리고 ‘100대 명산’식의 인증을 받는 산들이 인기를 끌게 된다. 여기에 보태 새롭게 인증 명단에 오른 산들도 덩달아 사람들 발길이 분주하게 닿는다. 

회문산. 전라북도 임실과 순창에 걸쳐 있는 산이다. 최근 한 등산복 업체의 ‘100대 명산 플러스’에 포함되면서 안내산악회에서 자주 차량을 배차하는 산이다. 산 정상에서의 전망이 좋다는 이야기가 있어 남쪽에 다가온 봄도 느껴볼 겸 새벽부터 부리나케 산악회 버스를 타고 전북 임실로 행했다. 임실의 덕치면사무소 인근에서 시작한 산행은 깃대봉으로 올라 회문산 정상을 밟은 뒤 시루봉과 돌곶봉 그리고 회문산자연휴양림으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했다. 대략 11km 정도 되는 거리로 5~6시간 정도면 가능하다. 

처음 등산로에 들어서 깃대봉을 오를 때까지는 모든 산이 그렇듯이 높이를 잡아야 하는 과정이므로 호흡도 거칠어지고 땀도 많이 난다. 회문산도 그렇다. 높이는 837m지만 세상에 쉬운 산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산행을 했다. 기대했던 봄은 아직 내륙까지 올라오지 않아서 더 힘들게 느껴진 산행이었던 것 같다. 특히 이 산은 상록의 침엽수가 별로 없고 참나무 6형제, 그중에서도 굴참나무와 신갈나무, 졸참나무가 많이 보였고, 쇠물푸레나무와 고로쇠나무 등이 많았다. 따라서 회문산 등산 중에는 우리나라 산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풍경, 즉 소나무나 잣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림은 거의 볼 수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3월의 남도라고 해도 내륙쪽은 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나뭇가지의 끝은 홍조를 띠면서 봄을 예고하고 있다. 가지에 있는 광합성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는 안토시아닌 성분을 분비해서 가지를 보호한다고 한다. 봄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3월의 남도라고 해도 내륙쪽은 봄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 그래도 나뭇가지의 끝은 홍조를 띠면서 봄을 예고하고 있다. 가지에 있는 광합성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나무는 안토시아닌 성분을 분비해서 가지를 보호한다고 한다. 봄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전 지식이 없이 오른 회문산이어서 힘겹게 깃대봉에 올라선 뒤에야 회문산 자락에 담긴 사연들이 하나씩 들어왔다. 이태의 소설 《남부군》의 실제무대였다는 점은 푯말로 세워져 있는 ‘빨치산 교통호’에서 확인할 수 있었으며, 동학혁명과 의병 활동의 근거지였다는 것은 임병찬 의병장의 묘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다. 더불어서 산을 오르면서 왜 이렇게 소나무가 없을까 하는 생각은 1950년 치열하게 전개된 빨치산 토벌 작전의 결과라는 것도 나중에 확인할 수 있었다. ‘여근목’과 몇 그루의 반송을 제외하곤 살아남지 못했던 것이다. 

역사는 시간과 함께 흘러 기억에 남게 되고 기억에서조차 잊히면 책에서나 확인하게 되지만, 회문산은 푯말과 나무로 지나온 역사를 이야기하는 산이었다. 

다시 산행 이야기로 돌아가자. 첫 번째 봉우리인 깃대봉(775m)은 사방이 트여 있는 곳이다. 암릉은 아니지만, 나무가 정상을 차지해 주변 경치를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 육산과도 달랐다. 깃대봉과 회문산 봉우리들은 대체로 개활지처럼 산정이 열려 있어 사위를 조망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동쪽으로 멀리 지리산의 연봉이 큰 병풍을 이루고 있고 남쪽은 무등산이 버티고 서 있다. 고개를 돌려 서쪽을 보면 내장산과 백암산 등 크고 작은 봉우리가 채워져 있으며 북쪽으로 전주 방향으로는 모악산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 경치 하나를 위해 회문산에 오른다고 말해도 과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봄이 깊어지면 여기저기 진달래꽃이 필 것이다. 등산로 곳곳에 진달래가 관목숲을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붉은빛이 계곡과 산등성이에 채워지면 산행 중에 사각거리는 소리를 내며 바짓가랑이를 스쳐 간 조릿대의 푸른색과도 잘 어울릴 것이다. 그리고 민둥산에 녹화사업으로 심은 참나무들이 푸르름을 자랑하는 여름엔 이 산이 깊은 산이라는 것을 비로소 느끼게 해줄 듯하다. 

아직 꽃이나 새순의 흔적은 드러나 있지 않지만, 식물들의 봄에 대한 기대감은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아직 잎을 펴지 않은 메마른 가지 끝이 불그죽죽하게 물이 올라 있다. 찬바람이 가시고 봄기운이 느껴지면 나무는 여린 가지의 광합성 세포를 보호하기 위해 안토시아닌 성분을 분비한다. 이제 곧 가지에서 꽃이나 잎이 나온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