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비율 불만 투자자, 릴레이 집회 예고
상생 이미지 잃을라…일부 수용 가능성도

대규모 원금손실 사태가 발생한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이하 홍콩ELS)에 대한 은행의 기본배상비율이 20~30%로 책정된 걸 두고 여론이 시끄럽다.

어떻게든 배상금을 줄이려는 은행과 원금을 회복하려는 투자자 간 간극에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ELS 주요 판매사인 은행들이 배상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일단 상품판매 당시 녹취본을 청취하고 금융감독원에서 제시한 분쟁조정기준안을 기반으로 배상비율과 금액을 집계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중이다.

은행별로 모든 투자자에게 적용되는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무 위반 사항이 발견된 점을 고려해 20~30%의 기본배상비율에 불완전판매 유발한 내부통제 책임에 5~10%의 공통 가중 요인을 합산한 뒤, 투자자 책임에 따라 45%를 가산·차감하는 구조다.

<관련기사: 2024년 3월 11일자 본지 보도, 홍콩 ELS 손실 5.8조…배상 셈법 복잡>

문제는 수만 개에 달하는 홍콩ELS 판매 계좌에 가입목적, 거래 경험, 금융 지식수준 등에 있어 은행과 투자자 모두가 납득할 시뮬레이션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거다. 벌써 상호 간 기 싸움이 팽팽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은 상황별로 최대 100%까지 결국 선제적으로 배상하라는 내용이다.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처지라 받아들이는 분위기인데, 이 과정에서 불가피한 고객과의 논쟁과 비용이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은행의 상품판매 위반 사항이 발견됐음에도 판매자 귀책 사유 적용 비율(기본배상)이 너무 낮고, 불완전판매 피해를 직접 증명하기 난해하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홍콩ELS 가입자 단체는 시중은행을 상대로 한 대규모 장외집회 연속 개최까지 선포한 상태다.

업계선 이번 사태가 법정 소송전까지 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축하고, 로펌 등을 통해 배상액 추정 및 법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연초부터 지난 12일까지 기준 금감원에 제기된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홍콩ELS 관련 민원건수만 3500건에 달하는 만큼 소송전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과거 라임·옵티머스, DLF(파생결합펀드) 등 파생상품 위기 때보다 배 이상의 규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ELS 판매에 관여된 은행이 떠안게 될 배상 비용은 금감원 과징금까지 포함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찌감치 대형 로펌과 손잡고 대응에 분주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투자자 요구를 일부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정부 압박에 ‘상생금융’ 명목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10%를 떼어 투입한게 있는데, 이번 사태로 이미지에 타격 입었다간 말짱 도루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