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당기순이익 파죽지세
내실·리스크 강화 숨고르기

2024년 3월 20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금융산업이 성장정체기에 접어들었다. 현재 금융지주 수장은 ‘핸디캡 1번 홀’을 마주한 골퍼와 같다. 주어진 상황에서 어떤 스윙 전략을 펼치느냐에 따라 경기 효율을 높여 1타라도 줄일 수도, 위기를 기회로 뒤집을 수도 있다. 금융수장들에 닥친 난제를 어떤 공략법을 구사해나갈지 해설위원의 시선으로 따라가 본다. 


효율 영업 레이업


지난해 은행권 당기순이익 1위로 약진한 하나은행을 안고 승승장구 중인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좌측으로 크게 휘어진 도그렉홀을 맞닥뜨렸다.

함 회장은 남다른 영업력으로 고졸 행원에서 회장직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5년 하나·외환 통합은행장 시절 전 임직원에게 큰절을 하고 ‘내 몸은 내 몸이 아니고, 은행에 몸을 던지겠다’며 솔선수범 각오를 보인 일화는 직원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회자되곤 한다.

함 회장은 그룹 수장이 된 첫해부터 ‘현장 영업’을 강조했다. 그는 취임 일성으로 “현장에 답이 있다”며 인사·조직개편 등 그룹의 굵직한 경영전략 모두 영업에 방점을 찍었다.

함 회장의 효율 영업 경영철학은 ‘외형 성장’ 성과로 이어졌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해 그룹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으로 3조4516억원을 거두며 3위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우리금융(2조5167억원)과 격차를 1조원 가까이 벌렸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하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같은 기간 KB국민은행(3조2615억원)과 신한은행(3조677억원)을 제치며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다만 도그렉홀에선 선수가 지난 홀에서 얼마나 길게 볼을 날렸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자신감에 넘쳐 풀스윙을 했다간 OB구역에 볼이 막히는 소위 ‘막창’으로 벌타를 받을 수 있다.

이에 도그렉홀에선 휘어지는 구간에 맞춰 일부러 비거리를 억제하는 공략법인 ‘레이 업’ 플레이가 자주 이뤄지곤 한다.

함 회장도 더 큰 도약을 위한 숨고르기 전략을 택한 모습이다. 외부 시장 변화에 흔들리지 않도록 내실을 다지고, 순이익 증대 이면의 위험가중자산(RWA) 증가 등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한 리스크 관리에도 고삐를 쥘 방침이다.

함 회장은 최근 은행의 금리와 수수료 산정방식에 대한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가산금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과 원가를 산정함에 있어 ‘신용등급 체계는 적정한지, 우량 신용정보 수집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지, 확보한 정보는 제대로 활용했는지, 금리 감면요청 전에 선제적인 제안은 할 수 없었는지’ 자문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손님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진심이 전달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며 “하나금융의 성장 전략에 대한 인식전환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가끔 티잉 구역에서 티 위에 올린 볼이 어드레스 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한 타로 인정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논쟁이 가끔 벌어지는 데, 국제공인 골프 규칙에는 ‘인 플레이가 아니므로 벌타 없이 다시 티 위에 올려놓고 쳐도 된다’고 명시돼있다. 볼에 스트로크하기 전까지 실전이 아니란 얘기다.

금융업도 마찬가지다. 평소 잘하던 분야였어도 수익성·건전성 지표엔 현장서 미처 보지 못한 불확실성 조짐이 나타날 수 있다. 이때 벌타를 두려워하기보단 어드레스를 제대로 다시 잡는 멘탈이 실전에서 굿샷이란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두자.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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