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문에 조 단위 혁신기업 지원 펀드 조성
유니콘 발굴 미지수…“한계기업 구제 힘써야”

2024년 3월 19일 14:00 대한금융신문 애플리케이션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권이 국내 스타트업, 중소·벤처기업의 사업확장에 기여할 펀드 조성에 힘을 쏟고 있다. 경제불황기 모험자본 시장의 유동성을 확대하겠다는 취지인데, 적시 여부를 두고 잡음이 흘러나온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 등 5대 은행이 중견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추진하는 총 5조 규모 중견기업전용펀드 사업이 연내 투자를 개시한다.

은행별로 낸 출자금을 모아 모(母) 펀드를 조성하고, 이후 출자금액 이상(50%)의 민간자금을 매칭해 자(子) 펀드를 조성하는 방식이다.

일단 5대 은행이 각 500억원을 출자해 1차 모 펀드를 조성키로 했으며, 펀드 운용성과에 따라 추가출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투자대상은 시설투자, 인수합병(M&A), 사업재편 등의 사업확대를 추진하는 중견기업이다.

국내 스타트업·벤처기업을 글로벌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혁신성장펀드도 함께 꾸려지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향후 5년간 총 15조원 규모를 목표로 혁신성장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3조1500억원을 조성, 1차 목표액(3조원)을 초과달성했으며 올해도 2차 목표액을 3조원으로 잡고 추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혁신성장펀드 추가 조성을 위해 지난 12일 재정모펀드 위탁운용사 선정 공고를 개재했다. 산은은 선정된 운용사와 올해 혁신성장펀드 출자사업을 주관하며 최근 주목받는 기후기술 및 인공지능(AI) 분야에 투자를 촉진할 계획이다.

은행권이 모험자본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금융위원회가 올 초부터 줄곧 새로운 산업전략에 대한 신속한 금융지원을 당부해와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지난 2022년 말 정책금융지원협의회 출범으로 금융과 산업정책 연계 틀을 수립했다”며 “산업은행 등 정책기관과 5대 은행에서도 투자 및 대출 프로그램 등 조기 출시로 지원 효과가 조속히 현실화될 수 있도록 협주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조 단위를 넘나드는 펀드 사업들이 실효성을 갖출 수 있는가에 의구심 어린 시선을 보낸다.

현재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여파로 성장동력이 옅어진 은행은 펀드 투자에 대한 기대감보단 손실 위험을 줄이는 게 시급하다.

특히 모험자본 시장은 위험가중치가 높아 더욱 조심스러워하는 영역으로, 최근엔 자본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고 신용도가 높지 않은 기업에 기술력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기술신용대출 취급 규모까지 줄여나가던 차였다.

산업은행 역시 올해 경영전략으로 혁신기업 육성보단 구조조정 역할 탈피에 역량을 기울기에 초점을 맞췄던 데다, 최근 한국전력의 실적 부진으로 혁신기업 지원 여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국내 스타트업, 중소기업의 밸류에이션(가치평가)는 양극단을 오간다. 앞서 추진한 정책 펀드 투자가 잘 이뤄지고 있다 해도, 수익성이 있는지 확인하기까진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투자수요가 몰린 일부 기업은 역으로 펀드를 골라 받는 경우도 많다. 정부 주도로 은행의 출자를 늘려 펀드 자금은 많아졌는데, 유의미한 유니콘 사례가 나올지는 의문”이라며 “신생기업 육성보단 한계기업, 구조조정 구제에 집중할 시기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한금융신문 안소윤 기자 asy2626@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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