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경민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 수석매니저
심경민 미래에셋증권 연금컨설팅팀 수석매니저

입사 후 1년이 지나면 회사 제도에 따라 DB나 DC형 퇴직연금에 가입하게 된다. 연말정산을 준비하다 보면 개인형 연금계좌(IRP·연금저축)에 가입하면서 연금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기게 된다.

이때 예금 형태의 안정적 상품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예금에 가입한 것이 손해가 될 수도 있다. 투자 수익률은 인플레이션을 이길 정도가 돼야 의미가 있다.

당연히 투자에는 리스크, 즉 변동성이 존재한다. 그래도 20~30년에 달하는 긴 투자 동안 붙잡으면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노후에 가까이 닿을 수 있는 몇 가지 원칙을 소개하고자 한다.

1. 투자기간 길수록 투자는 편안해진다: 장기투자의 힘

연금은 은퇴 후 활용 자금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20~30년 이상 투자가 가능하다. 변동성이 큰 자산의 경우에도 장기로 투자할 수 있다면 변동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

1980년부터 2023년 12월 19일까지 S&P500 지수 일별 종가 데이터에 따르면, 1년 투자 시 운이 좋으면 70% 이상 고수익도 가능했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에서는 50% 가까운 손실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투자기간을 15년으로 늘릴 경우 연 평균 8% 정도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최악의 타이밍에 들어가도 손실이 나지 않는다. 2% 수준의 배당까지 감안하면 평균 수익률은 약 10%다. 장기투자의 힘이 가장 빛을 발하는 영역이 바로 연금 투자다.

2. 투자자산 나누면 위험도 낮아진다: 분산투자의 매력

미국의 투자가 게리 브린슨은 1986년 '포트폴리오 성과의 결정 요소'라는 짧은 논문에서 '자산배분이 포트폴리오 성과의 90% 이상을 설명한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상품 선택이나 매매 타이밍 효과는 5%도 되지 않는 미미한 영향을 주었다. 뛰어난 촉으로 종목을 잘 고르거나 단기 매매를 하기보다는 '전체 계좌를 어떤 자산들로 배분해 채워 넣는가' 하는 의사결정이 근본적인 수익률을 결정하는 요인이었다.

3. 시간이란 자원도 적절히 배분하라: 시간 분산(적립식)의 효과

우리가 매매 타이밍을 항상 맞힐 수 있다면, 사실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미래를 모른다는 한계를 인정하면, 시간을 분산하는 방법이 위험을 줄이는 또 하나의 좋은 무기가 된다.

DC형 퇴직연금의 경우 1년에 1회 이상 임금 총액의 12분의 1 이상이 퇴직연금 계좌에 자동으로 적립된다. 많은 회사가 월 1회 납입해 주는 방식을 택하기 때문에 아무런 투자 지시를 하지 않거나,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방치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투자 시기가 분산된다.

개인형 연금계좌 가입자의 경우, 목표한 연간 세액공제 금액을 열두달로 나누어 매월 소액으로 미리 정해둔 상품을 적립식으로 매수할 수 있다.

목돈으로 한 번에 투자할 경우 가격이 떨어졌다 제자리가 되었을 때 본전이다. 하지만 중간중간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소액으로 꾸준히 매수했다면 평균 단가가 낮아져, 가격이 원래대로 회복했을 때는 오히려 수익을 얻게 된다.

반대의 경우도 존재할 수 있지만, 적립식 투자는 움직이는 자산 가격의 변동성을 줄여 준다.

4. 지금 당장 투자를 시작한다면?

여러 전문가 조언에 따르면, 직접적인 투자나 자산 배분이 어려울 경우 잘 배분돼 있는 상품을 고르는 것도 좋은 선택지가 된다.

대표 기업 종목들로 구성된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상장지수펀드(ETF) 또는 주식·채권 등 다양한 자산으로 배분돼 있고 시간 흐름에 따라 자동적으로 배분 비중을 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등이 대표적 예다.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게 부담스럽다면 각 금융사 포트폴리오 서비스를 확인해 자문이나 일임(Wrap)을 통해 일정 부분의 자산 관리를 금융사에 맡기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투자와연금 1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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