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주식시장은 외국인이 지배했다. 개인투자자는 국내 주식에서 발을 빼고 상장지수펀드(ETF)로 향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초부터 지난 26일까지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주식시장에 15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기관투자자가 7조470억원, 기타법인이 1조480억원, 개인이 6조935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는 대조적인 수치다. 

사실상 외국인이 올해들어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쳐 온 셈이다. 

지난해 일본증시는 밸류업 프로그램인 ‘자본비용과 주가를 의식한 경영’을 통해 은행주를 비롯한 일본의 저 PBR주식의 반등이 이뤄졌다. 전체 지수 또한 버블경제 시기를 넘어서며 초호황기를 보냈다. 

당시 일본증시 부양을 경험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시장에서도 이 같은 상승을 기대하고 대표 저 PBR주인 금융주를 비롯해 올해 시장 회복이 기대되는 반도체 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인 투자자 장벽을 낮춘 것도 한몫했다. 지난해 말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령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지난 1992년부터 이어져 온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가 폐지됐다. 

또 올해부터 자산이 10조원 이상(단 외국인지분율 5%미만 제외)이거나 외국인 지분율이 30% 이상(자산 2조원 이상 10조원 미만)인 코스피 상장사에 대해 영문공시가 의무화됐다. 결산이나 법정공시, 매매거래정지 등 거래소 주요 경영공시 사항에 대해 상장사는 국문 공시 이후 3일 이내에 영문 공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이로써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정보 접근성이 한층 더 편리해졌다.

이 기간 국내 주식시장에서 7조원을 순매도한 개인투자자는 ETF에서 만큼은 여전히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올해 연초부터 지난 26일까지 개인투자자의 국내 상장 ETF 순매수 금액은 3조4977억원으로 기타 법인(1652억원)과 외국인의 순매수(1151억원)를 압도했다. 

해외시장도 다르지 않다. 같은 기간 기준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5개가 ETF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장기채를 비롯해 비트코인, 레버리지상품 등 여러 유형의 ETF를 해외 장바구니에 담았다. 

NH투자증권 하재석 연구원은 지난 27일 발간한 월간 ETF 보고서에서 “최근 개인투자자의 액티브 ETF 활용도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최근 장기채 ETF의 인기가 높았던 가운데 주식형 액티브 ETF는 테슬라, 인공지능(AI), 바이오 테마와 배당 관련 ETF로 개인투자자의 순매수세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대한금융신문 이현우 기자 lhw@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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