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나라 이종기 대표, 광양서 매실 증류주 생산
매실, 돌배로 증류한 신개념 ‘섬진강의 바람’ 출시

문경 오미나라의 이종기 대표는 지난해 전남 광양에 ‘섬진강의 봄’을 새로 설립하고 매실증류주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3월중순 발표된 신제품 ’섬진강의 바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종기 대표의 모습
문경 오미나라의 이종기 대표는 지난해 전남 광양에 ‘섬진강의 봄’을 새로 설립하고 매실증류주 생산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난 3월중순 발표된 신제품 ’섬진강의 바람‘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는 이종기 대표의 모습

매실주를 소주에 제철 과일을 넣어 침출시킨 과일주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이젠 그 고정관념을 바꿔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매실의 쓰임새가 더 이상 설탕에 절인 ‘청’이나 소주에 담근 ‘매실주’에 그치지 않고, 발효가 가능한 열매가 되었기 때문이다. 

매실의 주산지인 전남 광양에서 매실을 포도처럼 발효시켜 증류한 술이 최근 발표됐다. 그 주인공은 지난해 문을 연 새내기 양조장 ‘섬진강의 봄(대표 이종기)’이다. 이종기 대표는 경북 문경에서 오미자와 사과로 프리미엄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하는 ‘오미나라’의 대표이기도 하다. 즉 국산 농산물로 최고의 술을 만들고 있는 장인이 광양의 특산인 매실에 도전한 것이다.

신생양조장 ‘섬진강의 봄’에선 전남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과 돌배, 유자를 이용해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이번에 발표된 증류주 ‘섬진강의 바람’이며 매실스파클링와인(좌)과 스틸와인(우)도 앞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신생양조장 ‘섬진강의 봄’에선 전남 광양의 특산품인 매실과 돌배, 유자를 이용해 와인과 증류주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 가운데가 이번에 발표된 증류주 ‘섬진강의 바람’이며 매실스파클링와인(좌)과 스틸와인(우)도 앞으로 생산할 계획이다.

이 대표가 새로 선보인 술의 이름은 ‘섬진강의 바람’이다. 광양과 순천 등에서 재배한 매실과 돌배, 그리고 유자를 매실청에 합쳐 발효시킨 뒤 이를 증류한 술이다. 매실은 당분이 적고 신맛이 강해 그동안 발효주의 재료로 사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소주에 넣어 침출하거나 청을 내서 매실의 약성을 취해왔다. 이 같은 일반의 상식을 뒤엎듯 그는 매실을 주로 사용하면서도 부족한 당분은 부재료로 넣은 과일에서 얻는 방법을 통해 발효의 조건을 만들어냈다. 향후 이 대표는 청에 들어있는 설탕마저 쓰지 않기 위해 광양지역에서 생산하는 쌀을 넣어 완전 100% 지역의 농산물로 발효한 술을 만들 계획이다.
 
광양 쫓비산이 매화꽃으로 뒤덮인 지난달 17일 광양 매화축제장을 찾았다. ‘섬진강의 봄’에서 만든 증류주가 첫선을 보이는 장소였기 때문이다. 축제장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신제품 ‘섬진강의 바람’을 기주(베이스)로 이용한 하이볼 홍보가 한창이었다. 축제장 한편에서 오규식 부사장을 만났다. 오 부사장은 열흘간의 축제 내내 행사장을 지키며 ‘섬진강의 바람’에 관한 고객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다.
 
“반응이 좋아요. 하이볼에 관한 관심이 늘어난데다, 매실 증류주를 처음 보는 거잖아요. 특히 젊은 층의 호응도가 괜찮아요. 오크통에서 숙성시켜 가성비 있는 술로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오 부사장이 행사장에서 느낀 섬진강의 바람에 대한 소비자들의 평가다. 이 정도면 광양시의 제안을 받아들여 매실 증류주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보람이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매실은 당분이 부족해 당절임으로 매실의 약성과 향기를 얻어왔는데, 광양시 입장에서 보면 부가가치가 문제였던 거에요. 그래서 문경 오미나라에 찾아와 이종기 대표에게 매실로 제대로 된 술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왔어요.” 오 부사장은 2년 전부터 진행된 매실 증류주 프로젝트가 엊그제 일어난 일처럼 빠르게 진행됐다며, ‘섬진강의 바람’의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그런데 시장에는 매실 침출주를 증류한 타사의 매실 증류주가 있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이종기 대표는 이 술과 100% 차별화된 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방법론 자체를 달리했다. 재료는 물론 풍미에서도 자연주의에 입각한 술을 만들어서 기존 제품과 경쟁해야 광양 매실을 제대로 살린 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증류기도 이 대표께서 직접 설계한 것이에요. 문경에서 써왔던 샤랑트 방식을 이용해 3톤 규모로 설계하고 이를 제작해서 쓰고 있어요.” 오 부사장이 양조장 문을 열면서 전면에 보이는 증류기를 자랑하듯 설명했다.

‘섬진강의 봄’이 매실증류주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3톤 규모의 증류기다. 이종기 대표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아 샤량트 방식으로 설계해 주문 제작한 증류기다.
‘섬진강의 봄’이 매실증류주를 생산하기 위해 새로 도입한 3톤 규모의 증류기다. 이종기 대표가 그동안의 노하우를 모아 샤량트 방식으로 설계해 주문 제작한 증류기다.

광양시 망덕 포구 인근에 자리한 양조장에는 3톤짜리 동증류기와 오크통 50개, 그리고 발효조가 가지런히 자리하고 있었다. 여기에 보태 70개의 숙성용 항아리도 증류액을 채운 채 오크통 선반 위에 놓여 있었다. ‘섬진강의 봄’에선 조만간 항아리에서 숙성한 술도 제품으로 내놓을 예정이다. 매실의 풍미를 제대로 담은 술이 될 것이라고 오 부사장은 말한다.
 
이 술을 빚기 위해 섬진강의 봄은 지난해 광양시에서 매실 50t과 돌배 20t, 그리고 유자 2t을 수매했다. 앞으로 판매 추이를 봐가며 매년 수매량을 결정하겠지만, 지난해 수준은 유지할 것이라는 것이 오 부사장의 설명이다. 

한편 매실 증류주와 함께 개발한 매실 와인은 1, 2년 뒤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증류주 수요가 많아 당분간은 증류주에 매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와인의 경우 스틸과 스파클링 두 종류를 생산할 예정이며, 숙성에 1년 이상이 걸리므로, 중장기 플랜을 세워 접근할 계획이다. 

김승호 편집위원 skylink999@gmail.com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