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화된 마케팅 및 편의성 앞세워

매일 은행지점 열며 고객방문 유도
체계화된 CRM, 맞춤서비스 제공해

 
(뉴욕=대한금융신문) 차진형 기자, 이남의 기자 = 전세계 문화가 집약된 뉴욕 맨하탄.

패션과 공연의 중심이자 미국 금융시장의 중심이다.

수백개의 은행들이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영업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수료 면제 혜택, 365일 영업, 카드 사용금액의 일부 적립, 24시간 ATM 운영 등 저마다의 경쟁력으로 고객에게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앞세운 이 곳에서 뉴욕시민의 발길을 잡는 은행이 있다.
그 곳은 바로 TD뱅크와 캐피탈원이다.

우리아메리카은행 관계자는 “최근 두 은행이 빠르게 지점 수를 늘리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다”며 “차별화된 영업전략과 함께 위기의 현 상황을 기회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아메리카은행 오규회 법인장도 “뉴욕 맨하탄은 글로벌 금융회사들의 격전지로 꼽힌다”며 “은행이 차별화된 경쟁력을 선보이지 않는 이상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뼈있는 말을 건냈다.

즉 글로벌 대형은행이라도 고객의 입맛을 맞추지 못한다면 퇴출당한다는 말이다.
 
◆고객편의성 앞세운 TD뱅크

 

▲ 고객편리성을 추구하는 TD뱅크는 7일 연속 정상영업으로 고객발길을 이끌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시티 등 대형 글로벌은행이 즐비한 뉴욕에서 캐나다은행인 TD뱅크는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TD뱅크(토론토-도미니온 뱅크)는 캐나다 3위 은행으로 지난 2007년 미국 커머스 뱅콥을 인수해 영업망을 넓혔다.

인수 금액으로 85억달러를 지출했지만 뉴욕과 펜실베이나를 포함한 미국 동부 지역 460개 지점과 480억달러의 자산을 인수하게 됐다.

TD뱅크는 영업망 확장 이후에는 고객들에게 편리성을 강조하며 한 발 다가섰다.

바로 언제 어디서든 고객들이 은행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영업점 문을 열어 둔 것.

TD뱅크의 대표적인 특징은 바로 ‘Open 7Days’다.

은행 영업시간이 획일화된 국내에선 불 수 없는 장면이다.

주말 늦은 시간에도 뉴욕시민은 TD뱅크를 찾아 예금인출뿐 아니라 대출상담, 상품 가입 등 은행원을 통해 금융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TD뱅크는 고객편의성을 위해 작은 것에도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바로 뉴욕시민들이 고민하는 동전처리법을 제시한 것.

뉴욕에서는 주로 1달러 지폐를 사용하고 거스름돈을 동전으로 받게 되는데 사실상 25센트(쿼터) 동전을 제외하곤 나머지 동전들은 거의 쓸모가 없다.
 
특히 1페니 동전은 거리의 홈리스들도 쳐다보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집안 곳곳에 쌓여가는 동전들은 처지 곤란할 지경.

이같은 고객들의 작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TD뱅크는 지점에 동전교환기를 설치했다.

동전교환기에 동전을 넣으면 넣은 동전 금액만큼 영수증을 발급, 창구에서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다.

TD뱅크 고객이 아니어도 누구나 지점을 방문해 동전교환기를 사용할 수 있다.

이밖에도 TD뱅크는 저축율이 낮은 미국인들에게 저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예금을 유치하고 있다.

TD뱅크는 “우리는 당신과 가족을 대학부터 은퇴까지 저축의 바른길로 안내한다”는 포스터를 입구에 배치하고 다양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특히 건강저축계좌는 세금공제 혜택으로 최근 미국인에게 각광을 받고 있다.
 
◆미국은행의 신성 캐피탈원

 

▲ 뉴욕 맨하탄 브로드웨이 고층건물 1층에 위치한 캐피탈원은 미국시장에서 공격적으로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대한금융신문


뉴욕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은행 중 하나인 캐피탈원은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144위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현재 신용카드, 대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캐나다, 영국 등에서 연 150억달러가 넘는 수익을 달성하고 있다.

캐피탈원은 1988년 미국 동부를 주요 거점으로 하는 신용카드 회사로 출발했다.

전업 카드사라는 한계에서 탈피하기 위해 지역은행을 잇따라 인수하며 은행업에 뛰어들었다.

초기 우려와는 달리 캐피탈원은 현재 미국 동부 뿐 아니라 텍사스, 루이지애나 등 지점 1000개, 계좌 5000만개를 가진 미국 10대 은행으로 떠올랐다.

캐피탈원의 성공 비결은 단순한 인수합병이 아니였다.

차별화된 마케팅으로 고객들을 유치한 것.

대표적인 것이 ‘중소기업 CEO’ 전용카드다.

이 카드에 가입한 중소기업 CEO는 카드사용액 1달러마다 항공 마일리지 2마일을 부여한다. 다른 카드와 비교해 적립률이 2배에 달하는 만큼 파격적이다.

이 카드만으로 실질적인 수익을 창출할 순 없지만 기업연금, 대출, 예금 등 상품 연계를 통해 수익을 보존한다.

또한 차별화된 마케팅을 전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동안 쌓아왔던 고객정보가 핵심이다.

이 회사는 고객관계 경영을 위해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 해 고객 정보 파악에 나서는 횟수만 5만회에 달한다.

수 많은 인력을 콜센터에 배치해 한 달에 250만통 이상의 전화를 처리하는 한편 전화 외에 실시간 웹 채팅 등으로 고객 정보 획득 경로를 다양화했다.

또 고객집단별로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략을 수립, 통합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인프라도 구축했다.

이를 활용해 고객 전화 패턴을 분석했고 지능형 콜 라우팅을 도입해 고객의 전화 목적과 적임 담당자를 예측할 수 있었다.

미국 일반 가정에 대한 정보와 전형적인 고객 구매 행위에 대한 정보를 수집해 전화가 걸려오는 순간, 누가 왜 전화를 하는지 알아내고 담당 상담자에게 필요한 고객 정보를 함께 넘겨줬다.

이런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고객 문의와 불만을 점점 더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용도 줄어들었다.

이 밖에 고객전화를 응대하는 동안 다시 고객정보를 얻어 다른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교차판매 기회까지 얻을 수 있었다.

상담원은 회사의 CRM 시스템으로부터 얻은 고객 정보로 자동차 보험, 대출 등 다른 금융서비스를 판매한다.
              
뉴욕 맨하탄=<차진형 기자>jin@kbanker.co.kr
                      <이남의 기자>namy@kban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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