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예산 850억달러 축소

경제성장률 0.6% 하락 전망

<대한금융신문=김민수 기자> 오는 4월 7일부터 미국 전역 149곳의 중소형 공항 관제탑 운영이 중단된다.

또한 올해 예정됐던 미국 해군 및 공군의 에어쇼도 전면 취소됐다. 게다가 최근 미국의 경제 성장률의 0.2~0.6% 하락도 점쳐지고 있다.

미국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바로 지난 1일 발동된 시퀘스터(Sequester, 정부예산 자동삭감) 때문이다.

경기안정을 위해 도입된 시퀘스터, 하지만 미국 경제를 전망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분분하기만 하다.

◆경제성장 발목 잡히나
미국의 재정적자를 막기 위해 도입된 시퀘스터가 정작 미국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시퀘스터란 재정적자가 한 회계연도에 허용된 규모를 초과할 경우 지출 예산을 자동 삭감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국가부채를 줄이기 위해 연방정부 재정지출의 한도를 정하고 의회와 정부가 별도의 합의를 하지 못하면 발효되는 법이다.

즉 미국 정부가 달러를 계속 찍어 막무가내로 쓰면 결국 달러화 가치가 떨어져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만들어 진 것이다.

최근 미국은 물론 국제경기 악화로 미국 정부는 시퀘스터를 선택했다. 하지만 국제 금융기관들은 미국의 이런 행보를 두고 여러 말이 많다. 특히 무리한 예산삭감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올해만 정부예산 850억달러를 축소했고 오는 2021년까지 매년 1090억달러 규모의 예산 감축을 시도한다.

이에 IMF(국제통화기금) 등의 국제 금융기관들은 일제히 성장률 하락을 점치고 나섰다.

IMF는 시퀘스터 시행으로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평균 0.5%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투자은행인 JP모건과 골드만삭스도 경제성장률에 대해 지난해보다 각각 0.4% 포인트, 0.6% 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예산삭감으로 실업난 가중
시퀘스터로 삭감되는 예산의 대부분은 국방비며 나머지는 교육, 헬스케어 등 복지예산이다.

이로 인해 국방부 및 정부 산하기관의 직원 무급휴가, 국가 안보 태세 약화, 보조 교사 해고 등의 문제가 야기될 전망이다.

실제 미국 시퀘스터 시행으로 오는 7일부터 미국 전역 149곳의 중소형 공항 관제탑 운영이 중단된다. 약 6억3700만달러 예산삭감이 이뤄진 탓이다.

플로리다는 가장 많은 14개 공항 관제탑 운영이 중지되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도 각각 13개와 11개가 중단된다.

또한 이들 공항을 이용, 주말 등에 경비행기 운항을 하고 있는 개인, 관광사 등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게다가 앞으로 특별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로 약 40개 관제탑의 운영을 중단해야 할 전망이다.

또한 일자리 축소에 따른 해고 현상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시퀘스터로 인해 펜실베이니아의 작은 도시 스테이트칼리지에서 프로그래머 로버트 베일리가 실직한 사례를 소개하면서 일자리 감소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일리의 회사는 국방 관련 기관에 전자전 소프트웨어에 대한 자문을 하는 회사로 정부로부터 일감이 끊기면서 직원들에게 월급을 못주게 됐다.

실제 의회예산국은 시퀘스터로 인해 올해 75만개의 상근직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실업률을 0.4% 포인트나 상승시키는 수치다.

◆미국 내에서도 왈가왈부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놓고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은 정부지출 감축과 세금인상을 통해 재정적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공화당은 복지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치권의 대립이 팽팽하다.

양당은 이달 시퀘스터 문제 해결을 위해 부유층 증세와 사회보장지출 축소 조건을 맞교환하는 ‘그랜드 바겐’을 통해 합의를 도출할 예정이다.

현재 신용평가사들은 시퀘스터로 인한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은 없으나 미국이 구체적인 재정축소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채무상한을 높이는 데 실패한다면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은행(FRB)이 양적완화 정책을 지속할 것을 시사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고용지표 개선과 소비 증가세 지속 전망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어 향후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완만하게 축소하는 정책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지만 재정 관련 리스크가 잠재하므로 경기회복 가능성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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