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銀 기준금리 역대 최저치

한국·아시아신흥국도 줄줄이 인하

<대한금융신문=전선형 기자> 전 세계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를 하고 있다. 마치 금리 인하 랠리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에는 유럽은 물론 신흥 아시아 국가들까지 기준금리를 낮추며 금리인하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한국 또한 최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하면서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모두 경기 부양을 위한 선택이었지만 이 소식을 들은 각국 금융사들은 침울하기만 하다.

은행들의 예금금리는 제로금리에 가까워졌고 보험사는 역마진 위험이 커지는 등 더 이상 금융권에서 수익성을 찾기란 어려워 보인다.

◆아직 끝나지 않은 유로존 위험
최근 유럽중앙은행(ECB)은 10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현행 0.75%에서 0.50%로 0.25% 포인트 인하했다. 이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ECB의 이같은 조치는 유로존 실업률의 지속 상승과 각종 경제지표 둔화 등으로 경기부양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유로존의 4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지난 2011년 9월 이후 21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3월 실업률은 12.1%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유로존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실업자도 2개월 연속 증가했다.

게다가 올해 유로존 경제는 -0.4% 성장률로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 예고되고 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조치는 유럽 실물경제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수준으로 내렸음에도 유럽 시중은행들은 국채를 사거나 중앙은행에 재예금을 하고 있어 돈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있다. 이른바 ‘돈맥경화(동맥경화와 돈을 합친 경제 신조어)’ 현상이 유럽에서도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중은행의 예금금리가 제로금리 행진을 지속하면서 고객들도 은행에 발길을 끊었다.

유럽의 이런 경제 상황 속에서 ECB는 최근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의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지난 6일 ‘금리를 또다시 인하할 수 있다’며 경기부양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드라기 총재는 “앞으로 유로존 경제에 관한 자료들을 검토한 뒤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통화정책은 경기 부양 기조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ECB의 금리 인하 정책이 경기침체 완화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일 것인지는 불확실하다고 평하고 있다.

◆아시아 신흥국도 백기
최근 중동지역을 포함한 아시아 신흥국들도 자국의 기준 금리를 낮추고 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경제 성장과 대외경쟁력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지난 7일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로 낮췄다.

이스라엘 또한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외환시장에 전격 개입하기로 했다. 환율 전쟁에 중동까지 가세하고 나선 것이다.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1.75%인 기준금리를 1.5%로 0.25% 포인트 낮춘다고 발표했다. 3년래 최저 수준이다.

이날 이스라엘 중앙은행은 성명을 통해 “쉐켈(이스라엘 화폐)의 지속적인 절상, ECB 등 많은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 주요국의 양적 완화, 전 세계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등으로 이같은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조만간 천연가스 수출을 개시할 것으로 보여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같은 조치를 취했다”고 덧붙였다.

또한 태국도 기준금리 인하가 예고되고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지난 12일(현지시간) 태국 프라산 트라이랏와라쿤 중앙은행 총재가 ‘올해 1분기 경제지표 발표 이후 금리인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태국의 기준금리는 2.75%로 약 5개월째 동결이다.

이밖에 인도·러시아·멕시코 등 대부분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거나 추가 인하를 고려 중이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이번달 들어서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1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韓 7개월 만에 인하 금융권 비상
한국은행은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전격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금리 인하는 최근 유럽을 포함한 주요 국가들의 잇단 정책금리 인하와 물가 상승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가운데 경기 회복세는 미약하다는 분석에서 실시된 것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로 금융권은 벌써부터 걱정 투성이다.

특히 보험사는 역마진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돈을 받아 투자로 수익을 내는데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마땅한 투자처가 없게 된다.

특히 고객에게 과거 7~8%대의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판매했던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저금리 기조 지속으로 적자가 진행되고 있다.

은행들도 수익률 감소가 전망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기준금리 인하로 국내 은행의 순이자이익이 1200억원 정도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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