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한 언론에 보도된 이광구 우리은행장의 ‘농구론’이 이채롭다.

지난 ‘2014~2015 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16경기 전승 우승을 기록한 우리은행의 장답게 농구에 빗대 자신의 경영전략을 피력한 것이다.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쿼터는 탐색전이지만 3쿼터 못지않게 중요하다. 초반 기싸움에서 밀리면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체력소모가 되더라도 몸싸움을 벌여 상대방의 힘을 빼놓아야 한다. 2쿼터부터 서서히 우위를 잡아 3쿼터에서 확실하게 제압하고 4쿼터는 다음 경기를 대비해 예비전력을 활용하며 경기를 마무리한다”

은행 내부에서의 불만도 있다고 한다. 3쿼터 마감이 무리라는 지적이다. 그런데 이광구 은행장의 전략이 이해된다. 은행 고유의 목표와 좋은 조건에서 ‘민영화’라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소극적인 영업 전략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나폴레옹은 유럽국가에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다. 코르시카 출신의 나폴레옹은 프랑스혁명의 혼란한 과정을 거치면서 대위에서 장군으로 급성장하였고 전쟁을 치르면서 유명세를 떨쳤기 때문이다.

당시까지 유럽 최고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는 프로이센. 프로이센의 군대는 규율이 엄격하기로 유명하다. 정교한 전술을 한 대의 기계처럼 정확하게 수행하는 프로이센 군대의 모습은 상대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따라서 전투는 초반에 결정되었다. 상대방들이 모두 프로이센군의 군기에 밀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탈리아전쟁에서 나폴레옹이 승리했더라도 프로이센의 입장에선 겁낼 이유가 하등 없었다.

그런데 나폴레옹은 프로이센의 눈에는 오합지졸처럼 보였던 세계 최초의 상비군을 이끌고 프로이센에게 승리한다.

각종 제식으로 훈련되어진 프로이센의 위용은 시민군들의 생존을 위한 전투 자세 앞에 오히려 무릎을 꿇는다. 당시 프로이센군은 프랑스군이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모르게 느닷없이 양쪽에서 달려들어서 자신들을 공격해오는 당시까지 전혀 보지 못한 작전에 참패하고 만다. 그렇게 예나 전투가 끝났고 아우스터리츠 전투가 마무리되었다.

나폴레옹은 이렇게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연전연승했다. 즉 러시아를 침공하기 전까지 한번도 패배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면 1차 대전을 준비하던 독일의 선택이다. 슬라브(동유럽지역)의 확장과 영국의 해상제압 강화 사이에서 돌파구를 찾던 독일은 우연히 발생한 오스트리아 황태자 암살사건을 빌미로 전쟁을 벌인다.

그런데 당시 독일이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등 주요국가와 두 개의 전선에서 전쟁을 치르는 것은 무리였다. 서부든 동부든 어느 한쪽을 먼저 정리하고 다음 전쟁을 벌여야 그나마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독일의 육군참모총장 슐리펜은 러시아의 전쟁준비 기간이 최소 6주 이상이 소요된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먼저 프랑스를 속전속결로 공격해서 동맹체제를 붕괴시키고 그 이후에 러시아를 공격하는 것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전략을 수립한다. 이렇게 마련된 슐리펜 계획은 독일의 판단처럼 마른전투 이전까지 속전속결로 연전연승을 거두었다.

하지만 문제는 체력이었다. 나폴레옹이 러시아를 침공하면서 늪에 빠져 한겨울 추위 속에서 대부분의 병력을 잃고 후퇴를 결정했듯이, 그리고 승전하던 독일군이 벨기에 지역에서 전략적 허점이 발견되어 수백만명의 희생 속에 서부전선이 고착되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전략 운영의 실수도 있었지만 체력과 집중력을 잃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행장의 승부수는 우리은행의 기초체력에 달려있다. 아니면 부족한 체력을 보완할 무엇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것이 정신력 일게다. 그렇다면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이광구 행장의 숙제이다.

박종복 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기존 전략 버려라!’… 전략적 가변성 장점

과거방식으로 전쟁할 시점은 지났다

SC제일은행의 박종복 은행장은 최근 부산 지역본부를 방문해서 “기존 영업방식으로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며 인터넷뱅킹 및 모바일 플랫폼에 대한 전략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 박종복 은행장의 이야기가 새로울 것은 없다. 모든 은행들의 고민이기 때문이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아울렛에서 핀테크 기술을 적용한 결제시스템을 적용하거나 휴일에도 은행업무를 해당 유통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은행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은 모든 은행들이 다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패드 등의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은행업무의 확대 또한 모두 준비하는 일이다. 다만 금융실명제 관련 법 등 제도가 발목 잡아 확산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박 행장의 전략에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SC제일은행은 모든 점포를 임대로 전환한 첫 번째 은행이다. 즉 지점을 자기자산으로 보유하지 않는 몸이 가벼운 은행이라는 것이다. 그 점에서 몸이 큰 은행보다 다운사이징된 은행의 전략적 가변성에 주목하는 것이다.

물론 기동력이 있다고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무엇이든 해볼 수 있는 전략은 다 꺼내서 적용시킬 상황이기 때문에 가벼운 몸이 훨씬 유리할 수 있다.

1929년 발생한 미국의 대공황과 10여년 이상의 장기 불황상태를 벗어나게 한 정책은 아직도 딱 하나로 정리되지 않는다.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양한 정책을 발의했고, 추진했고, 그 중에는 성공한 정책도 있었으며 실패한 정책도 있었다.

전통적 방법이든 혁신적 방법이든 지금은 승리를 위한 전략이 필요할 때다. 좌고우면할 시간도 없다. 그런 점에서 SC제일은행의 행보가 주목된다. 그리고 모든 은행장들이 어떻게 전략적 가변성을 높이는지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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