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7곳 해외운용사례 파악 위한 실사단 파견

개발 논의 본격화 vs 국내 실현가능성 고민 여전

<대한금융신문=김미리내 기자> 상품개발을 위한 기초통계, 제반여건 연구 부족 등 깜깜이 개발로 난항을 겪었던 ‘표준하체연금보험’이 본격적인 개발 작업에 착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4일 보험업계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보험개발원과 7개 생보사, 해외재보험사가 함께 지난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표준하체연금 시장이 성숙한 영국 등에 해외운용사례 파악을 위한 실사단을 파견했다. 

구체적인 운용사례 파악은 물론 상품 대상군(群), 언더라이팅 기법 등 시행착오를 겪으며 심화되고 변형되어 온 개발단계를 파악해 국내에 적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다.

해외운용사례 파악에 나선 곳은 교보, 신한, 동양, 미래에셋, 메트라이프, IBK연금과 PCA 등 7곳으로 기존 연금시장 입지가 부족하거나 본격적으로 연금보험 판매를 강조하는 곳들이 참여했다. 현지 영국 푸르덴셜(PCA)과 표준하체연금 재보험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하노버리도 함께 참여해 국내 생보사들의 이해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사 중에서는 교보생명만이 참여했는데, 여타 대형사들의 경우 시장형성을 보고 참여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진다.

표준하체연금(비표준체연금)은 건강상태가 좋지 못한 유병자들이 평균 이하의 기대수명을 갖고 있어 연금수령액을 건강한 사람 보다 높게 책정해 주는 상품이다. 연금가입 유인이 낮았던 유병자와 고령자들의 개인연금 가입을 독려하고 연금재원 확보를 통해 노후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오래전부터 고령화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에 금융당국이 지난해 업무보고 및 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의 핵심과제로 꼽으며 개발계획을 발표했으나 국내 관련 통계 부족과 시장성, 대상군 선정, 프라이싱 등 상품설계 전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별다른 진척없이 공수표만 날린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아직까지 금융위 내에서는 별도의 TF조차 구성되지 못한 상태지만 업계가 모여 본격적인 시장 파악에 나선 것.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표준하체연금은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반면 국내 적용 가능한 통계 부족과 언더라이팅, 대상군 선택을 통한 시장성 파악 등이 어려워 해외 벤치마킹을 통해 이를 구체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하체연금이 성숙한 영국의 경우 오랜 시행착오를 겪어오면서 언더라이팅 기법 등이 심화돼 왔고 (이번 방문은) 이를 국내 현실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지 실질적인 조사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교보생명 상품개발팀 관계자는 “새로운 시장이라는 점에서 관심있는 사안이고, 도입 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판단돼 개발의지를 품고 있다”며 “현재 유럽에서 어떤 형태로 운영되고 위험률을 어떻게 분류했는지 등을 파악해 국내 실현 가능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는 통계나 위험률이 전무한 상태로 개발시도를 하지 못했던 만큼 해외운용사례를 참고해 구체적으로 국내시장에 도입 가능한 부분들에 대해 업계가 모여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제야 표준하체연금의 본격적인 개발이 첫 삽을 뜬 것이다. 

그러나 해외운용 실태를 파악한다고 해도 실제 국내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어 상품개발이 순조롭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표준하체는 고객별로 위험에 대한 경우의 수가 너무 다양해 이걸 위험률로 현실화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모든 경우의 수를 세분화해 위험률에 반영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떤 군을 대상으로 어떤 부분이 상품화가 가능한지는 계속해서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개발 가능성 뿐아니라 시장의 수용성도 잘 맞아야 하는데 아무래도 초기에는 보수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어 실제 상품 니즈를 환기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